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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12. 13:55

#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사진 : 마틴 파(Martin Parr, 1952- )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그림처럼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사진들에 익숙한 분은 왜 이처럼 ‘지저분한’ 사진을 소개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마틴 파(Martin Parr, 1952- )라고 하는 세계적인 사진가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한 장입니다. 그는 1986년,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 뉴 브라이튼의 해변 가에서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어서 ‘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냈습니다. 이 사진집에는 피시 앤 칩스를 사려고 가판대 앞에 몰린 군중들,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와 버스 정류장에서 도시락을..

2018. 5. 5. 10:50

#38. 김승곤의 사진읽기 - 베일에 싸인 사진가의 조금 특별한 사진

#38. 김승곤의 사진읽기 - 베일에 싸인 사진가의 조금 특별한 사진 사진 : E. J. Bellocq, Storyville Portraits, 191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오늘은 조금 특별한 사진입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는 매춘부를, 그것도 나체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E. J. 베로크(1873-1949)라는 사진가가 죽고 15년이 지난 다음, 그의 책상 서랍에서 나온 100점 가량의 유리 원판에서 프린트된 것으로, 이들 유리원판이 발견되기 전에는 그가 뉴 올리언스의 조선회사에서 배 사진들을 찍었던 직업적인 사진가라는 것 이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체구에 기형적으로 머리가 크고, 교제성도 융통성도 없었던 베로크는 조금 흥분하면 높은 억양의 목..

2018. 4. 29. 10:51

#3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물 수염을 단 인어?

#3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물 수염을 단 인어? 사진 : Wong Maye-E, Emily Selig, Aug.2010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초기의 카메라에는 셔터 같은 것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렌즈 앞에 있는 뚜껑을 열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얼른 뚜껑을 다시 닫아서 필름에 노출을 주었습니다. 노출을 알맞게 맞추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사진가 자질을 인정 받았답니다. 노출계가 없을 때는 사진가들은 고양이를 옆에 붙잡아 두고, 눈동자가 얼마나 크게 열려 있는가를 보면서 노출시간을 재기도 했다고 합니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을 가장 반긴 것은 어쩌면 고양이 일지도 모릅니다. 1800년대 중반에 초상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가 요구되었습니다..

2018. 4. 28. 05:30

#36. 김승곤의 사진읽기 - Eclipe, 1912-Eugene Atget_사진 : 개기월식,으제느아제,1912

#36. 김승곤의 사진읽기 - Eclipe, 1912-Eugene Atget 사진 : 개기월식,으제느아제,191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1912년 4월 17일 정오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스띠유 궁 앞에 모여 서서 하늘을 향해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관지 '쉬르 리얼리스뜨 혁명'(1920) 표지에 실린 이 사진에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초월한 더욱 깊은 수준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시와 모순으로 가득 찬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금환개기월식을 관측하는 이 불가사의한 광경을 잡은 것은 으제느 아제 (Eugene Atget). 마흔이 넘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해서 커다란 나무상자 카메라와 10x24인치의 유리건판, 삼각대가 든 20kg이 넘는 ..

2018. 4. 15. 12:41

#3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초록색 눈

#3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초록색 눈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카메라를 응시하는 열 서너 살 소녀의 눈에는 낮 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반항과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보도사진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가 그녀를 만난 것은 1984년, 파키스탄의 난민 캠프에서였습니다. ‘아프간 소녀’ 라는 제목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린 이 사진은 전 세계 사람들의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사진 한 장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선 맥커리는 그녀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 토라보라 근처의 산기슭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곳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3일, 자동차로 여섯 시간, 좁은 산길을 따라 세 시간을 더 걸어가야 ..

2018. 4. 14. 12:38

#3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표현하기

#3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표현하기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The camera is an instrument that teaches people how to see without a camera. -Dorothea Lange)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무엇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하셨는가요? 이쪽을 노려보는 괴물? 검은 마스크를 쓴 괴한? 만일 이것이 여성의 상반신을 실루엣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바로 아셨다면, 아주 뛰어난 과학자의관찰력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갖추고 계신 겁니다. 미국 사진가인 해리 캘러한(Harry Callahan)은 전번에 여기서 소개한 앤슬 애덤스의 풍경사진을 보고 사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헝거리 출신의..

2018. 4. 8. 00:26

#33.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비 오는 날은 안 된다고요?

#33.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비 오는 날은 안 된다고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요 며칠은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사진촬영은 엄두도 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은 부슬비가 약하게 내리는 날은 촬영하기에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콘트라스트가 약하고 차분하게 가라 앉은 분위기 속에서 물기에 젖어있는 피사체는 다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질감과 매력을 발산하며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카메라 중에는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기종도 있지만, 먼저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투명한 비닐우산은 기본이지만, 목욕할 때 쓰는 샤워 캡이나 비닐로 카메라를 싸고 렌즈 끝만을 내놓고 찍는 것도 ..

2018. 4. 7. 01:26

#32. 김승곤의 사진읽기 -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32. 김승곤의 사진읽기 -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헝클어진 사자 머리의 이 괴팍스럽게 생긴 노인이 누군지는 알고 계시죠? 네, 원자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입니다. 그가 프린스턴 대학을 퇴임한 직후 일흔 두 살의 생일을 맞은 1951년 3월 14일에 찍힌 사진입니다. 생일 파티가 끝나고 차에 타고 귀가하려는 그에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문기자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에게 포즈를 취해주도록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차에 올라 문을 닫았습니다. 카메라를 향해서 골백번도 더 미소를 지어야 했던 아인슈타인은 사진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진기자들에게는 언제나 벌레 씹은 얼굴밖에는 ..

2018. 4. 1. 10:30

#3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

#3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뉴 멕시코의 하이웨이를 달리던 밴이 갑자기 멈추고 길가에 내린 사진가가 트렁크에서 커다란 8×10인치 카메라를 서둘러 꺼냈습니다. 해가 막 지려는 순간이었고 노출계를 찾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멀리 태양의 잔광이 에르난데스 산 위를 덮은 흰 구름과 묘비가 점점이 세워진 앞쪽 마을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검은 하늘에 둥그런 달이 떠 있는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 눈 앞에 전개되었습니다. 화면은 세 개의 서로 다른 톤과 세 개로 분할된 이상 적인 구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941년 10월 31일 오후 4시 5분, 사진가는 직감만으로 셔터를 눌러서 이 한 장을 찍었습니다. 이 행운을 더욱 확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