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비 오는 날은 안 된다고요?

#33. 김승곤의 사진읽기 - 비 오는 날은 안 된다고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요 며칠은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사진촬영은 엄두도 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은 부슬비가 약하게 내리는 날은 촬영하기에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콘트라스트가 약하고 차분하게 가라 앉은 분위기 속에서 물기에 젖어있는 피사체는 다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질감과 매력을 발산하며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카메라 중에는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기종도 있지만, 먼저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투명한 비닐우산은 기본이지만, 목욕할 때 쓰는 샤워 캡이나 비닐로 카메라를 싸고 렌즈 끝만을 내놓고 찍는 것도 방법입니다. 카메라 몸체 안으로 습기나 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렌즈교환은 안 됩니다. 이런 때는 줌 렌즈가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지요. 렌즈에 물방울이 묻으면 상이 흐릿하게 번지기 때문에 습기를 잘 흡수하는 부드러운 면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냅니다. 비 오는 날은 바닥이 젖어 있으므로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도 요령입니다.
 

늦은 오후나 저녁 무렵도 좋습니다. 도시의 거리라면 젖은 보도에 반사되는 네온사인과 광고판, 빌딩에서 흘러나오는 컬러풀한 불빛,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 쇼윈도에 비친 거리 모습, 젖은 빌딩에 반영되는 빛과 색 등이 있습니다. 커피숍에서 잠깐 휴식하면서 유리창 밖으로 지나는 행인이나 자동차를 담아보는 것도 좋겠지요. 가까운 공원이나 정원이라면 물방울이 맺힌 거미줄이나 나뭇잎, 꽃도 감동적입니다. 꽃은 소담스런 수국이 제격이고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은 조리개를 열고 맨 앞쪽에 초점을 맞춥니다. 광량이 부족해서 셔터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ISO 감도를 높여서 찍어야 합니다. 손으로 들고 찍을 때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셔터속도가 나오는 ISO 감도를 찾아서 설정합니다. 일반적으로 ISO 400~1600 정도면 될 겁니다. 노출 보정은 기본이고요, 하늘을 넣고 찍으면 전체적으로 힘이 없는 사진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하늘은 화면에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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