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김승곤의 사진읽기 -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32. 김승곤의 사진읽기 -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헝클어진 사자 머리의 이 괴팍스럽게 생긴 노인이 누군지는 알고 계시죠? 네, 원자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입니다. 그가 프린스턴 대학을 퇴임한 직후 일흔 두 살의 생일을 맞은 1951년 3월 14일에 찍힌 사진입니다. 생일 파티가 끝나고 차에 타고 귀가하려는 그에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문기자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은 아인슈타인에게 포즈를 취해주도록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차에 올라 문을 닫았습니다.


카메라를 향해서 골백번도 더 미소를 지어야 했던 아인슈타인은 사진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진기자들에게는 언제나 벌레 씹은 얼굴밖에는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모두 촬영을 단념했지만, 한 사진기자는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서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차가 출발하기 전, 갑자기 차창을 내린 아인슈타인이 그의 카메라를 향해서 혀를 쭉 내민 것입니다. 너무나도 의외롭고 순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돌발적인 장면에 사진기자는 뒤로 넘어질 것처럼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이 절호의 찬스를 놓질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장난끼 넘치는 모습은 플래시 섬광에 드러나서, 역사적인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 절호의 찬스를 잡은 행운의 사나이는 사스(Arthur Sasse)라고 하는 INS(현재는 UPI) 통신사의 사진기자였습니다. 원래 사스가 찍은 사진에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차에 탄 같은 대학 동료 두 사람이 찍혀 있었지만, 통신사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얼굴 부분만 크로핑해서 각 매체에 배포했습니다. 사스가 찍어온 이 괴상한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데스크에서는 “이건 신문사에 대한 명백한 경멸의 표시니까 실어서는 안 돼!”라고 소리쳤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그냥 장난끼로 혀를 내밀었다는 사스의 강한 설득으로 결국 배포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기의 걸작사진이 편집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하마터면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 한 거지요.


사스에게 아홉 장을 더 프린트해달라고 부탁해서 친구들에게 보내는 인사장 카드로 쓴 것을 보면 아인슈타인 자신도 이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해 뉴욕의 신문사기자가상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사진은 우표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머그잔이나 포스터, 티셔츠 등 수없이 복제되었습니다. 발표되자마자 고전이 되어버린 이 사진으로 아인슈타인은 근엄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괴짜 천재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물리학자의 모습은 그의 천재적인 두뇌와 함께 인류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