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표현하기

#3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표현하기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The camera is an instrument that teaches people how to see without a camera. -Dorothea Lange)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무엇을 찍은 것이라고 생각하셨는가요? 이쪽을 노려보는 괴물?  검은 마스크를 쓴 괴한? 만일 이것이 여성의 상반신을 실루엣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바로 아셨다면, 아주 뛰어난 과학자의관찰력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갖추고 계신 겁니다.


미국 사진가인 해리 캘러한(Harry Callahan)은 전번에 여기서 소개한 앤슬 애덤스의 풍경사진을 보고 사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헝거리 출신의 조형예술가인 라슬로 모호이 나지가 시카고에서 설립한 뉴 바우하우스에서 사진을 가르쳤는데요. 그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시각을 확장하는 미디어’라고 믿었던 모호이 나지의 교육이념을 이어서, 도시 스냅사진과 계조(톤)를 생략한 조형적인 표현, 대형 카메라에 의한 정밀한 묘사, 몽타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그는 아내인 엘리노어와 아이를 모델로 해서 찍은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일상적인 광경 가운데에서 아주 높은 순도로 추상화시켜서 사진이 가지고 태어난 제약들을 해방시키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흑백의 톤으로 단순화된 엘리노어의 실루엣에서는 애매하고 불분명한 감정이나 정서를 완전히 걷어내고 여체를 지극히 순수한 포름으로 그려내려는 그의 조형에 대한 엄격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화가나 사진가들이 여성의 나체를 작품의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여체가 가진 아름다운 형태와 질감을 그려내거나, 또는 에로티시즘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캘러한의 작품에서는 육체를 단편화, 또는 추상화시킴으로써 인체의 형태뿐 아니라 사진 그 자체의 순수한 속성을 새롭게 찾아서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은 시각을 확장하는 미디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관찰력과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카메라 없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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