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사진 : 마틴 파(Martin Parr, 1952- )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그림처럼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사진들에 익숙한 분은 왜 이처럼 ‘지저분한’ 사진을 소개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마틴 파(Martin Parr, 1952- )라고 하는 세계적인 사진가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한 장입니다.

 

그는 1986년,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 뉴 브라이튼의 해변 가에서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어서 ‘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냈습니다. 이 사진집에는 피시 앤 칩스를 사려고 가판대 앞에 몰린 군중들,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와 버스 정류장에서 도시락을 먹는 가족, 길가의 녹슨 포크레인 아래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하는 아이들, 울고 있는 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자는 주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해변을 메운 해수욕객, 어디를 돌아보아도 쓰레기와 지치고 무표정한 사람들 뿐입니다.

 

이 사진들이 발표되자 마자 영국에서는 벌집을 들쑤셔놓은 듯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반응은 로버트 프랭크가 ‘미국인(The Americans, 1958)’를 처음 발표했을 때의 미국인들의 반응과 같은 성질의 것입니다. 영국인들도 미국인들도 그런 자신의 나라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현실의 순간적인 장면을 잡는 그의 시각과 표현법은 무척 기발합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대낮에도 플래시를 터뜨려 극적인 무대 효과를 만들고, 색채를 과장되게 강조하는 것도 그의 독특한 카메라 워크이지요. 사진가는 반드시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을 찍어야 하는 걸까요? 진실의 참 모습은 오히려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그런 곳에서도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보는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마틴 파의 ‘노골적’인 사진들은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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