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김승곤의 사진읽기 - Eclipe, 1912-Eugene Atget_사진 : 개기월식,으제느아제,1912

#36. 김승곤의 사진읽기 - Eclipe, 1912-Eugene Atget

사진 : 개기월식,으제느아제,191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1912년 4월 17일 정오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스띠유 궁 앞에 모여 서서 하늘을 향해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관지 '쉬르 리얼리스뜨 혁명'(1920) 표지에 실린 이 사진에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초월한 더욱 깊은 수준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시와 모순으로 가득 찬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금환개기월식을 관측하는 이 불가사의한 광경을 잡은 것은 으제느 아제 (Eugene Atget). 마흔이 넘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해서 커다란 나무상자 카메라와 10x24인치의 유리건판, 삼각대가 든 2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처럼 파리의 광장과 공원, 거리의 악사, 창녀, 행상, 건축물, 상점의 쇼 윈도우 등 수많은 사진을 기록했습니다.


1857년, 프랑스 시골에서 마차 수리공의 아들오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와 사별, 친척 손에 길러진 아제는 신학교를 중퇴한 후, 화물선의 급사와 화가, 유랑극단 배우 등 직업을 전전하다가 극단에서 해고당한 1886년부터 사진을 시작, 그 사진들을 화가들의 밑그림용 자료로 팔아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사진의 미적 가치보다 기록적인 가치를 중시한 아제는 자신이 예술가로 불리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조수도 제자도 없이, 또 당시 유행하던 살롱이나 클럽에도 속하지 않았던 방랑자 아제.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매일 거리를 배회하는 그를 스파이, 심지어는 미치광이로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가 살던 허름한 아파트 5층 방에는 창문이 없었습니다. 1927년, 임종을 앞둔 그는 유랑극단 시절에 만나서 평생을 함께 한 발란띠느에게 햇빛이 들어오는 계단창까지 침대로 옮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비록 가난 속에서 불우한 무명의 삶을 살았지만 그는 지금 세계 사진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진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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