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

#3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뉴 멕시코의 하이웨이를 달리던 밴이 갑자기 멈추고 길가에 내린 사진가가 트렁크에서 커다란 8×10인치 카메라를 서둘러 꺼냈습니다. 해가 막 지려는 순간이었고 노출계를 찾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멀리 태양의 잔광이 에르난데스 산 위를 덮은 흰 구름과 묘비가 점점이 세워진 앞쪽 마을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검은 하늘에 둥그런 달이 떠 있는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 눈 앞에 전개되었습니다. 화면은 세 개의 서로 다른 톤과 세 개로 분할된 이상 적인 구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941년 10월 31일 오후 4시 5분, 사진가는 직감만으로 셔터를 눌러서 이 한 장을 찍었습니다. 이 행운을 더욱 확실한 것 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는 서둘러 두 번째 필름을 장전하려고 했지만, 그 때는 태양이 이미 산 아래로 모습을 완전히 감춘 다음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그렇게 우연한 행운과 그것을 기회로 잡는 감각의 총체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얘기합니다.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생각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때로는 현실 그 자체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그 한 예가 바로 이 사진을 찍은 미국의 대표적인 풍경사진가 안셀 아담스(Ansel Adams, 1902~1984)입니다.


풍경사진의 역사는 아담스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할 정도로 사진사에서 큰 역할을 한 그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순결하고 장엄한 대자연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함으로써 사진을 확고한 미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대자연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담긴 애덤스의 위대한 자연을 재현한 사진은 미국인의 전통적인 자연관을 형성시키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 니다.


1936년, 캘리포니아의 킹스 캐년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받기 위해서 33세였던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워싱턴으로 들고 가서 의원들을 설득 했고, 그 일대는 194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것은 여담입니다만, 이 작품은 처음에는 50불에 팔렸으나, 그가 죽기 전인 1982년에는 8만 불로 올라 있었고, 재작년 소더비 경매에서는 1957년에 프린트된 50Χ60cm 흑백 프린트가 무려 11만 5천불에 낙찰되었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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