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물 수염을 단 인어?

#3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물 수염을 단 인어?

사진 : Wong Maye-E, Emily Selig, Aug.2010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초기의 카메라에는 셔터 같은 것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렌즈 앞에 있는 뚜껑을 열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얼른 뚜껑을 다시 닫아서 필름에 노출을 주었습니다.
노출을 알맞게 맞추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사진가 자질을 인정 받았답니다. 노출계가 없을 때는 사진가들은 고양이를 옆에 붙잡아 두고, 눈동자가 얼마나 크게 열려 있는가를 보면서 노출시간을 재기도 했다고 합니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을 가장 반긴 것은 어쩌면 고양이 일지도 모릅니다.


1800년대 중반에 초상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가 요구되었습니다.
얼굴이 움직이지 않도록 목뒤를 받침대로 고정시키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몇 분 동안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앉아 있어야 했으니까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겠지요.
그래서 초기의 인물사진에는 눈동자가 없는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같은 사진이 많답니다.


지금은 수십 만 컷을 찍을 수 있는 보통 카메라에서부터 과학사진 분야에서 사용하는 1초에 100만 컷이나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도 실용화되어 있습니다. 시판되는 카메라에도 수천 분의 1초의 빠른 셔터속도가 달려 있어서, 누구라도 위의 사진과 같은 순간을 잡을 수 있지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사실 그처럼 빠른 순간의 움직임을 잡아내거나, 우주에 떠 있는 별처럼 먼 거리에 있는 것이나 박테리아처럼 너무 작아서 눈에는 모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모두 사진 덕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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