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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7. 03:58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7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7 사진, 글 : 안승일 오미자나무 꽃 | 1 단맛, 2 쓴맛, 3 신맛, 4 매운맛, 5 떫은맛. 그렇게 다섯 가지 맛.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 다섯 가지 맛을 낸다고 해서 五味子다. 열매는 말려서 강심약, 기침멎이약, 고혈압, 저혈압약, 기관지염, 천식약, 가래삭임약, 심장기능 강화 등에도 쓰인다. 그 밖에 단물차 등의 청량음료로도 널리 이용되며, 줄기의 속껍질을 벗겨 그늘에 말려 가루내어 양념감으로도 쓴다. 우리 나라 바다기준높이 200~1600m 산기슭 양지쪽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세계적으로 일본, 중국, 로시야에도 있다. 번식은 씨뿌리기 또는 가지 눌러묻기, 가지잘라심기로도 시키며, 부식질이 많고 물이 쉽게 빠지는 마른 땅에서 잘 자란다. 좀 낯설..

2018. 4. 30. 10:0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6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6 사진, 글 : 안승일 손바닥난초 | 뿌리가 아기의 손바닥을 꼭 닮았다. 그 손바닥을 신장염 치료제로 쓴다. 사진 찍기에 좋은 꽃을 찾는다고 배경이 정리되는 좋은 자리를 찾겠다고 무리지어 사는 꽃들을 찾아, 희귀종을 찾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꽃들과 돋아나는 어린순과 그 아래 살고 있는 벌레들을 밟고 다녔나.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며 배를 깔고 엎드려 꽃이나 찍겠다고 짓뭉개놓은 그 흉터를 보며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그 많은 꽃들 중에 차라리 한 두 송이 꺽어내다가 길가에서 사진을 찍는 게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아닐까? 뿌리가 아기손바닥을 닮은 손바닥난초는 신장염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들 하는데 7월의 백운봉 뒤켠에 가면 무리를 지어 핀다. 이 꽃은 꺾어들고 다녀도 한동안은 ..

2018. 4. 23. 21:2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5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5 사진, 글 : 안승일 풍선난초 | 6월의 침엽수림 깊은 숲 속에 산다. 한 개의 꽃대가 올라온다. 백두산 원시림에 그냥 풍선난초가 있다고 하면 믿겠지. 그런데 그 아름다움을 감히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말로 하면? 그건 말도 안 되지. 글로 써서? 그거 역시 불가능이지. 그림으로 그린다? 과장이라 하겠지. 그렇다면 사진이다. 사진은 사진이니까. 사진은 위대하니까, 사진은 진실하니까. 가장 가깝게 진실을 전할 수 있는 방법. 그런데 내 가슴 속 아주 깊은 데까지 넘실대는 이 꽃내음과 그들의 속삭임들은 정겨운 그녀들의 노랫소리는 또 어떻게 사진에 담아낼 수가 있겠는가.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겠는가. 신이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경지를 인간이 넘볼 수는 없을 것 같다.

2018. 4. 16. 09:15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4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4 사진, 글 : 안승일 오랑캐장구채 | 봄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추석 다음날까지 나를 기다려 준…. 추석 전날 비가 쎄게 오는데, 안의호 동무가 펀쵸를 휘날리며 산을 내려갔다. 연길가서 운전허가증 내는 시험도 보고 월병, 자반 ,샹차이도 사온다고 내려갔다. 받아둔 빗물도 바닥이 나고 해서 오늘은 내가 물을 뜨러 갈 수 밖에 없다. 가고 오는데 네 시간쯤 걸릴텐데… 카메라도 가지고 갈까 말까 무거운데… 작은 기계만 하나 가지고 갈까 어쩔까…. 용문봉에서 천지 수면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씨를 맺고 없어졌을 줄 알았는데, 오랑캐장구채가 아직 거기에서 싱싱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각렌즈까지 가져오길 참 잘했다. 실한 몸을 뚱기적대며 혼자 사진을 찍었다. 물통이랑 씻은쌀,..

2018. 4. 8. 15:5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3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3 사진, 글 : 안승일 닻꽃 | 영락없는 닻이다. 물 속으로 드리워 배를 붙들어두는…. 앵커가 아니다, 닻이다. 선상님, 꽃사진 어떻게 찍나요? 꽃을 찍으려구요? 그냥 꽃이 되세요. 들에서 그녀와 함께 피어나고 산에서 그녀가 마시는 샘물 함께 마시고 그녀와 함께 싱그러운 밤이슬 맞으며 살면 되지요. 그래서 당신도 들꽃일 때 사진도 되지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인화지에 꽃들을 복제해 놓으면, 옮겨다 놓으면 그녀는 금새 시들어버리고 말지요. 우선 그녀에게 물어보세요. “당신 이름이 뭐지요?” “닻꽃.” 그녀와 사랑에 빠져 마음이 통하면 이제는 사진기를 꺼내도 되겠지요. 그녀의 표정을 잘 살펴보세요. 살아있는 사진이 될 것입니다. 시들지 않는 싱싱한 사진이 될 것입니다. 향기 탐..

2018. 4. 2. 12:4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2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2 사진, 글 : 안승일 이른범꼬리/붉은점모시나비 | 운노, 그 사람 지금 어디서 무슨 나비를 찍고 있을까? 하늘매발톱/붉은점모시나비 | 운노(海野和男), 그 사람 재혼했을까? 벌써 삼십여 년 전 이야기다. 海野和男이라는 일본의 생태사진가가 나비를 사진 찍겠다는 별 것도 아닌듯한 그 하나의 의지로 이혼을 했다고 했다. 한국에만 산다는 붉은점모시나비를 찾아온 그와 함께 한 달쯤 함께 산으로 들로다녔다. 그때는 사진때문에 이혼까지 해야 했던 모든 걸 버리고 사진 하나에 몰두하겠다던 그의 마음을 나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세계적인 나비사진가로 온 세상의 모든 나비를 찾아 날아다닌다. 나는 이제야 그가 사진에 한번뿐인 그의 인생 모두를 걸어야 했던 마음을 알 수 ..

2018. 3. 25. 16:33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1 사진, 글 : 안승일 나도옥잠 | 당신이 옥잠보다 훨씬 더 이쁘네요. 천기예보에 기대어 살다보니까 우리는하늘을 보고 날씨를 짐작하던 원시적이지만 정확했던 기능을 상실했다. 저녁노을이 붉으니 내일은 날이 맑겠다. 그러다 밤에 달무리를 두르면 날씨의 변덕을 느낀다. 내일은 비가 오시려나 ─. 산등성이와 골짜기조차 다른 산 날씨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라고 알 수 있겠는가. 차라리 현지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의 경험과 동물적인 육감이 더 예리할 수도 있다. 백운봉 산장에 비가 온다고 게으름 피면 천지의 壯觀을 놓치는 수도 있다. 산 위와 산 아래 날씨는 당연히 다르다. 흐린 날 숲 속에서는 인공광을 사용한다. 후레시 둘, 삼각대 셋, 반사판 하나, 그리고 인공광이 가해진 흔적을 안 ..

2018. 3. 19. 17:44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사진, 글 : 안승일 은방울꽃/각다귀 |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은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그녀는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이었고 그는 스물세 살의 농과대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삼각산 중턱에 하늘색 텐트를 짓고 꿈처럼 사흘 동안을 함께 살았더랬다. 사람이 달에 처음 내린 1969년 7월 20일. 그들은 서로에게 모든 걸 주고받았다. 그 삼각산 텐트 옆에 바람이 불어주는대로 짤랑대던 은방울이 몇 송이 함께 살았다. 그는 백두산 가던 길에 그 은방울꽃을 만났다. 참으로 오랫만에 그의 가슴 깊은 데로 따듯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사진을 찍으며 화인더에 하늘색 텐트와 삼각산의 은방울꽃이 자꾸만 겹쳐왔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테레비에서..

2018. 3. 12. 07:5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9 사진, 글 : 안승일 분홍노루발풀 | 꽃이 피어도 수줍어 아래를 향해 고개 숙인다. 열심히 봉오리를 아래에서 위로 부풀려 올라가는 모습이 참으로 장하고 이쁘다. 어느 날 백운봉 너머로부터 찾아온 봄바람이 이들의 귓가를 스치고 가면 어디까지가 꿈 속이고 또 어디까지가 현실의 세상인지 알 수가 없다. 봄은 그렇게 싱그럽게 살아 움직인다. 아직 한 번도 벌나비들에게 마음을 주거나 꿀을 빼앗긴 적이 없는 봉오리들. 박새들, 금매화들, 분홍노루발풀. 활짝 피어났을 때 보다 이제 막 피어나려 할 때가 더 신비한 꽃들이다. 피어날 때에는 내가 보는 데에서 활짝 피어 함빡 웃어주면 참 좋겠다. 나 안 볼 때 꽃잎 지면 나 마음 덜 아프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