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사진, 글 : 안승일

 

 

 

은방울꽃/각다귀 |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은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그녀는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이었고
그는 스물세 살의 농과대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삼각산 중턱에 하늘색 텐트를 짓고
꿈처럼 사흘 동안을 함께 살았더랬다.
사람이 달에 처음 내린 1969년 7월 20일.
그들은 서로에게 모든 걸 주고받았다.
그 삼각산 텐트 옆에 바람이 불어주는대로
짤랑대던 은방울이 몇 송이 함께 살았다.


그는 백두산 가던 길에 그 은방울꽃을 만났다.
참으로 오랫만에 그의 가슴 깊은 데로
따듯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사진을 찍으며 화인더에 하늘색 텐트와
삼각산의 은방울꽃이 자꾸만 겹쳐왔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테레비에서 보고 연락처를 알았어요”
그녀는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전화했다.
그는 사십여 년 만에 교장선생님에게
“백두산 가는 길에 은방울꽃을 만났다”고 전화했다.
“나도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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