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0
사진, 글 : 안승일
은방울꽃/각다귀 |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은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그녀는 스무 살의 사범대학생이었고
그는 스물세 살의 농과대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삼각산 중턱에 하늘색 텐트를 짓고
꿈처럼 사흘 동안을 함께 살았더랬다.
사람이 달에 처음 내린 1969년 7월 20일.
그들은 서로에게 모든 걸 주고받았다.
그 삼각산 텐트 옆에 바람이 불어주는대로
짤랑대던 은방울이 몇 송이 함께 살았다.
그는 백두산 가던 길에 그 은방울꽃을 만났다.
참으로 오랫만에 그의 가슴 깊은 데로
따듯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사진을 찍으며 화인더에 하늘색 텐트와
삼각산의 은방울꽃이 자꾸만 겹쳐왔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테레비에서 보고 연락처를 알았어요”
그녀는 교장선생님이 되었다고 전화했다.
그는 사십여 년 만에 교장선생님에게
“백두산 가는 길에 은방울꽃을 만났다”고 전화했다.
“나도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전화했다.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2 (0) | 2018.04.02 |
---|---|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1 (0) | 2018.03.25 |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9 (0) | 2018.03.12 |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8 (0) | 2018.03.06 |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7 (0) | 2018.03.04 |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