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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1. 10:25

#5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알루미늄 포일은 요리할 때만 쓴다?

ⓒ 최정애 새로 산 카메라를 집에 들고 와서 포장을 뜯고 맨 먼저 찍는 피사체는 무엇이었나요? 아마 옆에 계시는 부인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거실에는 천정에 전등이 달려 있어서 머리 위쪽에서 아래로 빛이 비칩니다. 그런 조명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의 굴곡이 강조되고 보기 흉한 그림자가 생겨서 나이가 훨씬 많이 들어 보이게 됩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찍힌 자기 얼굴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요. 여기서 그런 상황에서 인물을 촬영할 때의 울트라 C급 요령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키친 서랍에서 알루미늄 포일을 꺼내옵니다. 빛을 고리게 확산시키기 위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포일을 손으로 구겼다가 다시 펴줍니다. 위에서 오는 빛이 얼굴로 반사되도록 포일의 각도를 조절해서 펼쳐 놓고 찍으면 됩니다..

2018. 8. 5. 08:30

#55. 김승곤의 사진읽기 - 노출에 교과서는 없다?

ⓒ 왕대열 요즘 카메라는 머리가 좋아서 노출, 초점 같은 모든 번잡한 일들을 모두 알아서 자동으로 맞춰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찍고 나서 보니 사진이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게 나온 것을 경험한 일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 성능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가 모든 장면을 평균 18%의 회색이 되도록 노출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눈부신 모래사장이나 흰 눈꽃을 찍으면 사진이 어둡고 칙칙한 회색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습니다. 노출계는 그 장면을 ‘흰’ 색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밝은’ 것으로 인식해서 셔터속도를 줄여줍니다. 반대로 장면의 대부분이 ‘검은’ 경우에도 ‘어두운’ 것으로 판단해서 노출 양을 늘려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카메라가 노출을 과다/과소하게 주었을 때의 실패를 방..

2018. 8. 4. 09:00

#5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정지된 순간

ⓒ SPC사진클럽 그냥 한 줄로 늘어서서 찍은 기념사진을 나중에 보면 모두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왜 그런지 이럴 때 타이밍을 제대로 잡는 사진가는 정말 드뭅니다. 대개는 우물쭈물 하다가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이 걷히고, 다시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뒤늦게 셔터를 누르지요. 여러분은 물론 안 그러시겠지요? 아무튼, 이 사진은 통영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동피랑이라고 하는 동네에서 잡은 한 컷입니다. 화사한 꽃 그림이 그려진 연초록 담벼락을 배경으로 아홉 명의 지긋하신 어른들이 조금은 계면쩍은 듯한 얼굴로 색다른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분은 손을 들까 말까 아직도 ..

2018. 7. 29. 11:08

#53. 김승곤의 사진읽기 - 훅 불면 사라져버릴 듯한

ⓒ 채희술 파랗게 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태양광이 온 누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걸어오는 사람들의 그림자로 보아서 오후 두세 시쯤 되었을까요? 저 멀리서 하늘과 땅을 가른 푸른색 띠처럼 생긴 부분이 바다인지 아니면 길다란 섬인지 도대체 구별이 안 됩니다. 넓은 공간에는 하늘과 땅과 열댓 명의 사람들만이 있을 뿐 어디를 둘러보아도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마치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빠지고 맙니다. 진짜 사람들이 맞는가요? 관광 팜프렛에 인쇄된 사진을 오려서 형광색이 나는 창백한 종이 위에 붙여 놓은 듯한 크고 작은 사람들은 입으로 ‘훅’하고 불면 순식간에 어디론가 전부 날아가버릴 것 같은 생각이 ..

2018. 7. 22. 09:30

#5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엇을 보셨습니까?

ⓒ 이병훈 외국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찍어온 수많은 사진들을 약간은 지루한 느낌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모니터에 떴을 때, 순간적으로 모든 동작과 의식의 흐름이 얼어버리는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아이의 차림이나 서 있는 환경으로 보아서 뒷골목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 고장 난 가전제품이 버려져 있고 골목 끝을 행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담벼락 사이로 반쯤 내려온 오후의 햇살이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동자의 소년의 해맑은 얼굴과 힘겨워 보이는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소년의 앳된 얼굴과는 달리, 앞쪽의 초록색 파이프를 힘주어 잡고 있는 손의 굵은 마디들에서는 이 아이가 걸어왔을 순..

2018. 7. 21. 12:14

#5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높이 나는 새가 되어

위쪽으로는 새털구름, 조개구름이 떠있고, 중간에는 면사포구름, 양떼구름, 낮은 곳에는 비구름, 뭉게구름이 깔려 있습니다. 높은 산이라도 올라가지 않는다면, 지상에서는 구름을 내려다볼 수 없습니다. 구름사진을 찍는 것도 하늘을 나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검푸른 창공에 떠있는 흰 구름, 역광을 받은 드라마틱한 구름, 붉은 석양으로 아름답게 물든 구름…… 수시로 변하는 구름은 둘도 없이 좋은 피사체입니다. 아! 뜬구름은 아니고요. 진동이 있으므로 빠른 셔터속도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요. 손 떨림 보정기구가 내장된 카메라와 줌렌즈가 있으면 편리하겠지요. 기내에서 찍으려면 우선 창가에 앉는 것이 기본이겠지요. 모처럼 창가에 앉는 행운을 얻어도 바로 창 아래쪽에 날개가 있으면 만사휴의! 항공사나 체크인 ..

2018. 7. 15. 00:57

#4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자연과의 조화와 일체감

사진 : 강호문 지금은 콘크리트와 철근, 유리 같은 재질을 사용한 건물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연의 소재로 지어진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물은 참으로 뛰어난 아름다움과 함께 우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흙과 나무를 사용한 건축물에서는 억지로 틀에 맞춰서 만들어낸 듯한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와 일체감이 있지요. 그 형태 속에는 한국인의 자연에 대한 고유한 정서와 미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에서 찍은 이 한 장의 사진만 보아도 왜 이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청마루가 끝나는 곳에 연못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 어수문과 주합루의 처마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햇빛이 드리운 나무 바닥과 그늘에 묻힌 무거운 천정을..

2018. 7. 8. 10:08

#48. 김승곤의 사진읽기 -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서

#48. 김승곤의 사진읽기 -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서 사진 : Eugine Smith, Walk to Paradise Garden, 1946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뒷모습의 어린 오누이가 손을 잡고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 밝은 곳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이 사진 어디선가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한 번 보면 여간 해서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사진이지요. 뉴욕 근대미술관 사진부문 큐레이터인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 전의 맨 끝부분을 장식한 이 사진은 유명한 포토저널리스트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1918-1978)의 대표적인 걸작사진 가운데 한 장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0년 후인 1955년에..

2018. 7. 7. 08:00

#4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4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진 : Herbert Bayer, The lonely metropolitan, 193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유럽의 오래된 건물을 배경으로 공중에 떠있는 두 개의 손바닥의 눈이 이쪽을 바라보는 사진에서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중동과 남유럽 일부 지역 사람들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닌다는 ‘함사’(Hamsa)를 연상시키는 사진입니다. 함사는 아라비아어로 다섯(손가락)을 의미하는 말로, 사람들에게 저주를 거는 악마의 푸른 눈(邪視)의 주술을 막아주는 신성한 손을 상징하는 장신구라고 합니다. 지금은 직접 촬영했거나 네거티브나 프린트에서 스캔 받은 이미지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하는 일이 간단해졌지만, 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