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김승곤의 사진읽기 -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서
#48. 김승곤의 사진읽기 -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서
사진 : Eugine Smith, Walk to Paradise Garden, 1946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뒷모습의 어린 오누이가 손을 잡고 어두운 숲을 빠져 나와 밝은 곳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이 사진 어디선가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한 번 보면 여간 해서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사진이지요. 뉴욕 근대미술관 사진부문 큐레이터인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 전의 맨 끝부분을 장식한 이 사진은 유명한 포토저널리스트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1918-1978)의 대표적인 걸작사진 가운데 한 장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0년 후인 1955년에 기획된 이 사진전은 전 세계에서 모인 200만 장의 사진 가운데에서 68개국 273명의 사진가들이 찍은 503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로, 사진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전시였습니다. 한국전쟁을 치른 직후인 1957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들어와서 전시된 적이 있습니다.
‘인간가족’ 전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똑 같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배우고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병들고 죽어가는 장대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삶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록과 표현으로서의 사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전쟁에 지친 세상을 향해서 인간의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호소하고, 대결도 이념적 갈등도 가난도 불평등도 없는 미래를 실현시키겠다는 의지와 희망이 담긴 전시였던 겁니다. 그리고 스미스의 '천국의 정원을 향해서(Walk to the Paradise Garden)'는 그런 소박한 인류의 꿈과 소망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쓰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남매가 향하고 있는 저쪽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요? 아이들을 적게 낳는 요즘에는 형제나 남매가 서로 싸우면서 자라는 일도 드물어졌지만, 어릴 적 형제와 다투고 난 다음에 서로 손을 잡고 사이 좋게 걸어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 사진이 더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혹시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라면, 아무리 어린 오빠라도 여자 아이에게는 더없이 든든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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