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8. 7. 1. 08:00

#4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올해의 마지막 퀴즈

#4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올해의 마지막 퀴즈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배우들은 연기를 하면서 자유자재로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는 거짓 표정은 잘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얼굴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요. 우츠미 케이코(内海桂子)라고 하는 일본의 여성만담가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요. “거울은 먼저 웃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웃으면 거울도 따라서 웃지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이발사여서 어렸을 때부터 거울을 자주 보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마 그런 관찰력이 생겼을 겁니다. 소리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미소, 어이없거나 마지못해서 웃는 고소,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홍소, 쌀쌀맞게 비웃는 냉소나 조소, 어처구니가 ..

2018. 6. 30. 20:45

#4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솜씨 좋은 총잡이처럼

#4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솜씨 좋은 총잡이처럼 사진 : Garry Winogrand , Centennial Ball, Metropolitan Museum, New York, 1969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지금은 볼 기회가 거의 없지만, 19세기 말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상대방이 권총집에 손을 댈 틈도 없이 눈 깜작할 사이에 권총을 뽑아들고 악당을 쓰러트리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어찌됐건, 영화 속의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는 누구에게나 영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도 허리춤이나 가슴에 총을 품고 다니는, 600만 명에 달한다는 미국인들이 모두 영웅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그..

2018. 6. 24. 00:00

#44. 김승곤의 사진읽기 - 나는 누구일까요?

#44. 김승곤의 사진읽기 - 나는 누구일까요? 사진 : 강영석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뒷산에서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밭으로 내려와서 아직 익지도 않은 고구마며 땅콩을 먹어 치웁니다. 큰 발자국에 쬐그만 발자국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한 줄씩은 꼭 남겨두고 가니까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도 노루와 고라니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머리에 뿔도 없고 턱에 수염도 나지 않은 것을 보니까 염소가 아닌 양이 분명합니다. 어렸을 때 옆집에서 염소를 길렀는데 염소가 담배를 잘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몰래 아버지 담배를 몇 개피 훔쳐 들고 가서 먹인 적이 있습니다. 아, ..

2018. 6. 23. 00:00

#43. 김승곤의 사진읽기 - 커피 잔에 남은 침전물

#43. 김승곤의 사진읽기 - 커피 잔에 남은 침전물 사진 : Francesca Woodman, Rome, 1977-1978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오늘은 조금 색다른 사진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자신을 모델로 해서 찍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진가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다이언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와 이 사진의 주인공인 프란체스카 웃드만(Francesca Woodman, 1958-1981)의 작품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성사진가라는 점 말고도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듯, 혹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젊은 여성이 차가운 벽에 맨 살의 등을..

2018. 5. 27. 18:57

#4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짐작이 안 되는 시간들

#4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짐작이 안 되는 시간들 사진 : Harold E.Edgerton, 30 Bullet piercing an apple, 1964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카메라의 셔터 단추에 손가락을 얹고 가능한 한 빠르게 연속해서 셔터를 눌러봅니다. 보통 운동신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1초에 다섯 번 정도 셔터를 누를 수 있을 것입니다. 기계는 사람보다 훨씬 빨라서, 셔터를 한 번 누르기만 하면 1초에 100회 정도 연속해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셔터가 한 번 눌러질 때마다 필름이 따라서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된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로는 1초에 무려 20만 컷(프레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발달입니다. MIT의 전자공학 교수였던..

2018. 5. 27. 12:08

#4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사진에 진실이 담겨 있으면

#4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사진에 진실이 담겨 있으면 사진 : 루이스 하인. 면직공장 소년 청소부, 인디아나주 에반스빌, 1908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7, 8세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너덜너덜 해어진 속바지를 입고 실을 뽑는 소면기 옆에 서 있습니다. 100년 전에 이 사진을 찍은 루이스 하인(Lewis Wickes Hine, 1874–1940)은 시카고대학과 뉴욕대학, 콜롬비아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사진가입니다. 하인이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것은 30살이 넘어서였습니다. 주로 빈민가나 공장의 아동 노동자들이 놓인 현실을 찍어서 개선의 필요성을 사회에 호소했습니다. 공장주들은 그의 촬영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그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방검사관을 ..

2018. 5. 19. 10:53

#4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서운 사진?

#4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서운 사진? 사진 : Mark Cohen, Jump Rope,1975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조금 이상한 사진이지요? 줄넘기 줄을 손에 쥐고 있는 소녀의 머리가 목 위로부터 화면에서 잘려 있습니다. 소녀의 움직임은 정지되어 있는데, 거리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고 배경의 하늘이 흰 천처럼 나부낍니다.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의 거장 중 한사람인 마크 코엔(Mark Cohen, 1943~ )의‘그림 스트리트(Grim Street)’라는 사진집 표지에 나온 사진입니다. 미국은 로버트 프랭크와 윌리엄 클라인, 개리 위노그랜드 등, 거리나 사람들을 찍는 스냅사진이 전통적으로 강합니다. 미국 도시의 독특한 거리 분위기..

2018. 5. 12. 13:55

#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지저분한 사진? 사진 : 마틴 파(Martin Parr, 1952- )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그림처럼 아름다운 꽃이나 풍경사진들에 익숙한 분은 왜 이처럼 ‘지저분한’ 사진을 소개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마틴 파(Martin Parr, 1952- )라고 하는 세계적인 사진가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한 장입니다. 그는 1986년,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 뉴 브라이튼의 해변 가에서 나름대로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어서 ‘The Last Resort’라는 사진집을 냈습니다. 이 사진집에는 피시 앤 칩스를 사려고 가판대 앞에 몰린 군중들,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와 버스 정류장에서 도시락을..

2018. 5. 5. 10:50

#38. 김승곤의 사진읽기 - 베일에 싸인 사진가의 조금 특별한 사진

#38. 김승곤의 사진읽기 - 베일에 싸인 사진가의 조금 특별한 사진 사진 : E. J. Bellocq, Storyville Portraits, 191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오늘은 조금 특별한 사진입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는 매춘부를, 그것도 나체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E. J. 베로크(1873-1949)라는 사진가가 죽고 15년이 지난 다음, 그의 책상 서랍에서 나온 100점 가량의 유리 원판에서 프린트된 것으로, 이들 유리원판이 발견되기 전에는 그가 뉴 올리언스의 조선회사에서 배 사진들을 찍었던 직업적인 사진가라는 것 이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체구에 기형적으로 머리가 크고, 교제성도 융통성도 없었던 베로크는 조금 흥분하면 높은 억양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