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엇을 보셨습니까?

ⓒ 이병훈

 

 

외국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찍어온 수많은 사진들을 약간은 지루한 느낌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모니터에 떴을 때, 순간적으로 모든 동작과 의식의 흐름이 얼어버리는 듯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아이의 차림이나 서 있는 환경으로 보아서 뒷골목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 고장 난 가전제품이 버려져 있고 골목 끝을 행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담벼락 사이로 반쯤 내려온 오후의 햇살이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동자의 소년의 해맑은 얼굴과 힘겨워 보이는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소년의 앳된 얼굴과는 달리, 앞쪽의 초록색 파이프를 힘주어 잡고 있는 손의 굵은 마디들에서는 이 아이가 걸어왔을 순탄치 않은 세월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남은 살이나 되었을까요? 친구들과 한창 골목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을 나이인데, 소아마비로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어렸을 때부터 바퀴가 달린 보조구에 의지해서 움직여야 했다고 합니다. 아직 고독을 알기에는 한참 어린 나이지만, 방심한 듯한 상태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과 단정하게 다문 붉은 입술에서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이 진하게 전해옵니다.
 
네, 카메라는 피하지 않고 이 모든 정경들을 담고 있군요. 어찌 보면 사진은 잔인한 시선인지도 모릅니다. 넓은 바다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를 바라본 적이 있을까요? 아이의 표정이 마치 무엇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면에서 찍었기 때문에 전달되는 느낌이 한층 더 직접적이고 강합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가도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카메라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간다고 할지라도 이 아이의 가슴 속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그런 모든 것들을 깨우치게 만들어주는 사진입니다.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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