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알루미늄 포일은 요리할 때만 쓴다?

ⓒ 최정애

 

 

새로 산 카메라를 집에 들고 와서 포장을 뜯고 맨 먼저 찍는 피사체는 무엇이었나요? 아마 옆에 계시는 부인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거실에는 천정에 전등이 달려 있어서 머리 위쪽에서 아래로 빛이 비칩니다. 그런 조명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의 굴곡이 강조되고 보기 흉한 그림자가 생겨서 나이가 훨씬 많이 들어 보이게 됩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찍힌 자기 얼굴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요.

 

여기서 그런 상황에서 인물을 촬영할 때의 울트라 C급 요령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키친 서랍에서 알루미늄 포일을 꺼내옵니다. 빛을 고리게 확산시키기 위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포일을 손으로 구겼다가 다시 펴줍니다. 위에서 오는 빛이 얼굴로 반사되도록 포일의 각도를 조절해서 펼쳐 놓고 찍으면 됩니다. 물론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는 위치에 포일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요.

 

알루미늄 같은 금속성 빛이 싫으시다고요? 그렇다면 흰 손수건이나 밝은 베이지 색 넓은 타월을 바닥에 깔고 찍어도 됩니다. 빛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겠지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피부가 하얗게 되고 주름살도 거짓말처럼 사라진답니다. 입이나 눈 아래쪽도 아름답게 찍히게 됩니다. 식탁이나 책상 가까이 얼굴을 둔 어린아이를 찍을 때도 얼굴 밑에 흰 종이 한 장만 밭쳐주면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달라집니다. 특히 여성을 찍을 때는 실내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같은 요령으로 반사광이나 보조광을 사용한다면 틀림없이 모델 자신도 깜짝 놀라며 기뻐할 것입니다.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법(?)이었습니다. 아, 어린아이나 젊은 여성을 찍을 때 노출을 약간 +쪽으로 보정해주는 센스, 잊지 않으셨지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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