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9. 4. 9. 10:36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5

꿩의바람꽃 | 우리글 사랑은 세종대왕보다 이오덕 선생님. 꿩의바람꽃, 우리말 이름. 똥은 냄새가 나고 꽃은 향기가 나는가? 고추잠자리는 곤충이고 바퀴는 벌레라고? 보지라는 이쁜말을 두고 왜 음부인가? 꼴린다는 멋진 말을 두고 발기한다고 한다. 한자말은 양반님네들 쓰시는 진서이시고 한글은 무지렁이 쌍놈, 종놈들이나 쓰고 한글은 언문이요 암클이니 예펜네들이나 쓰고 쌍놈이 진서를 쓰다가는 맞아죽을 수도 있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 쌍놈이 죄다 양반되어 돌쇠는 김씨로, 똥례는 박분례로 되면서 종놈이었던 근본이 탄로나면 큰일나니까. 이쁜 우리말을 뒷간에 버리고 두엄 속에 묻었다. 아재는 당숙이 되고, 언니는 형님이 되고 찬물은 냉수로 되고, 염통은 심장이 되면서. 안타깝게도 진짜 우리말은 그렇게 사라졌다...

2019. 4. 2. 13:0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4

민들레 | 우리 민족에게 지금 꼭 필요한 꽃이다. 민들레에 대하여 ─ 꽃이름부터가 진짜 예쁜 우리말이다. 무궁화처럼 중국에서 온 한자말이 아니다. 백여 개의 꽃송이가 서로 뭉쳐 힘을 합해 한 송이처럼 피어난다. 그래서 지혜롭고 강하다. 작은 힘을 한 데 모아 큰 힘을 만든다. 우리 민족처럼 뿌리가 아주 깊다. 그 뿌리는 제 몸의 수십 배에 달해 흔들리지 않는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어디든지 퍼져 간다. 식용으로, 약용으로 제 몸 전체를 내준다. 여러가지 병을 고치고 음식과 차로도 마신다. 우리 민족에게 지금 꼭 필요한 꽃이다. 여의도의 어리석은 동무들에게 금뺏지나 만들어 바치자고 국화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먼 데 있거나 가까운 데 있거나 국화를 보고 잠시 잊었거나 가본 적도 없는 내 조국과 민족을 ..

2019. 3. 26. 10:3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3

천지 야영 | 나는 명당 자리에만 천막집을 짓는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간다고 온 세상이 들썩거렸다. 예수 탄생 2000년. 예수쟁이도 아닌 사람들도 덩달이처럼 밀레니엄 어쩌구 하면서 시끌벅적 요란했다. 나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 천지 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새해를 맞았다. 그해는 소한 추위가 유난히 매서워서 영하 오십 도를 재는 온도계도 죽어 버렸다. 한낮에도 얼어터질까 겁나서 사진기를 못 꺼내고 주춤거렸다. 그래도 눈벽돌로 담을 두른 천지 한가운데 우리 천막집은 펄렁거리지 않고 아늑했다. 천지벌판의 그 유명한 돌개바람이 밤낮을 안가리고 미친듯 몰려들어와도 우리집은 날려보내지 못한다. 꿈쩍도 않는다. 현재 천지 얼음두께가 5m쯤 된다고, 천막집에 마실 온 조선 천지연구소 연구원 ..

2019. 3. 19. 15:19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2

조선까치밥나무 | 평생 사진 밖에 모르다 죽은 자. 그놈의 오장칠보는 어떤가. 나 이제 죽는 날까지 백두산에 산다. 내 조국에 돌아가서는 삼각산을 찍으며 산다. 그러다 나 어느날 이 산에서 숨지면 중국 어떤 병원 학생들에게 주어라. 그러다 나 삼각산에서 행복하게 숨지면 거기 어디 가까운 병원에 주어라. 평생 사진 밖에 모르다 죽은 자. 그놈의 오장칠보는 어떤가 빙 둘러서서 들여다 보고 필요한 사람 있으면 떼어주고 나머지는 불태워 가루내어 삼각산 풀섶이나 백두산 너른 벌에 아무렇게나 날려다오. 비석이나 봉분에 짓눌리면 여기저기 신나게 내맘대로 날아다닐 수도 없을 터이니 그런 거 없이 그냥 바람따라 뿌려다오. 빨간 열매 두 알. 힘들여 만든 열매 두알. 어느 산까치의 먹이가 되는 날 기다리듯 나도 일 마치고..

2019. 3. 12. 10:0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1

참꽃마리/잎벌레 | 우리 애들 학교 앞에도, 부모님 계신 고향 집 앞에도 모텔이 많은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평양에서 묘향산 가는 길 • 모텔이 없는 길 • 모텔이 많은 나라, 없는 나라 •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

2019. 3. 5. 14:40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0

쇠뜨기/무당벌레 | 격렬하다. 숫놈의 몸짓. 덕분에 암컷은 황홀하다. 사실은 나 고교시절 인기 대필작가였다. 전업은 아니지만 일감은 제법 있었다. ‘ 황강에서 북악까지’ 나 ‘ 호암자전’ 같은 권력에 짓눌려서, 돈에 팔려서 그 따위 글이나 써주는 밸도 없고 치사한 작가는 아니었다. 예배당에서 한번 본 여학생한테 홀랑 반해 상사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동무를 위하여, 제법 오래 된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 못해 몸살을 앓는 놈을 위해 연애편지를 대필해준다. 곰보빵 하나에 써주고 답장오면 짜장면이다. 탕수육이나 군만두는 먹을 줄도 몰랐던 시절. 그래도 대필작가 원고료는 제법 괜찮은 알바였다. 고등학교 때 태영이란 놈은 짜장면 잘 사주길래 일 년 이상 열심히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었는데. 나중에 탄로났을 때는 그들..

2019. 2. 25. 18:3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9

분홍바늘꽃/표범나비 |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러 가보자. 분홍바늘꽃/산네발나비 | 훈구야,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러 한번 가보자. 평생을 산에서 살아온 지훈구 동무는 초모랑마 등반에 대장질까지 했었는데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 못 하고 헤맨다. 작년 봄엔가? 함께 도봉산엘 갔었는데 나 사진 찍는 거 도운다고 함께 갔었는데 하얀색 꽃이 흐드러지게 붙은 조팝나무를 보고 “형, 저 싸리꽃은 안 찍어요?” 조팝나무 꽃도 싸리꽃도 모르면서 뭐땀시 산에는 수십 년씩 다녔다냐? 봄이 왔다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는 그 이쁜 꽃들에게 이름 한번 안 물어보고 어따가 한눈 팔고 뭐하러 산엘 다녔다냐? 산에 목숨 걸어야 잘났는 줄 알고 풀, 나무, 바람들도 사랑할 줄 모르고 암벽으로, 빙벽으로, 정신 팔고 다닌 세월. 이..

2019. 2. 19. 10:4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8

바늘꽃 | 安亨模. 너의 길은 天命이다. 너는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음악을 하라. 나는 열여섯 살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해 오늘까지 사진말고 다른 길은 한번도 생각도 못해봤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신나게 살아왔다. 그런데 가끔씩 인생이 허전할 때가 있다. 형모에게 대물림 못해준 아쉬움 때문이다. 애기 때부터 그에게 사진을 가르쳤더라면 지금은 벌써 나를 뛰어넘어 저 앞에 가고 있을텐데, 내 나라의 사진문화 발전에 큰 몫을 할텐데. 이제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을 넘어 무대에서 스스로의 소리를 즐기는 그에게 山岳寫眞대신 전공을 살려 소리를 영상화하는 소리의 사진쟁이가 되라고 해도 안 될듯 하다. 安亨模. 너의 운명은 산이 아니라 國樂이다. 너의 가락으로 백성들을 휘몰아 꿈결처럼 하늘을 넘나들며 춤추는 그..

2019. 2. 12. 10:36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7

너도바람꽃 | 중국 술, 중국 음식, 참 좋다. 중국 사람들 남자가 밥 한다. 하루 세 끼 남자가 다 한다. 우리 동네에서 서백두 들어가는 환치공로 황톳길을 따라가면 수만 송이 한계령풀이 떼를 이루어 피어날 때쯤 얕은 산 여기저기 산나물이 한창 싱그러울 때쯤 마른 가지에서 제철 산나물 뾰족이 돋아나올 때쯤 풀린 땅 밑에서 원추리순 키다툼질 할 때쯤 그럴 때는 잠시 모른 체 하고 한눈을 좀 팔아 사진하는 일조차 두번째로 미루어도 좋겠다. 먹음직스럽게 돋아나는 살찐 숫두릅. 툭툭 끊어 필름자루가 넘치도록 주워 담는다. 주머니마다 가득 채워 불룩한데 더 욕심이다. 이런날 욕심 없는 놈, 사람질도 못할 놈. 숫두릅 한 소쿠리 데쳐놓고 꼬량주 한 잔 사진하는 일, 세상 사는 일, 잠시 제쳐두고 봄밤은 짧으니 날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