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김승곤의 사진읽기 - 희고 밋밋한 석양?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는 색온도(White Balance)를 조절할 수 있는 설정이 달려 있습니다. 가령 석양을 받은 얼굴은 술 취한 도깨비처럼 붉게 나옵니다. 이럴 때 화이트 밸런스를 자동(AWB)으로 놓고 찍으면 얼굴 색이 ‘자연스런’ 색으로 재현됩니다. 하지만, 의도에 따라서는 일부러 색을 강조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질녘 바다나 산에 떨어지는 붉고 아름다운 석양은 항상 사람에게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자동으로 놓고 찍으면 감동이 없는 밋밋한 사진이 되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화이트 밸런스의 그림(pictogram)을 ‘태양’이나 ‘구름’으로 설정해서 찍으면 석양의 붉은 색이 아름답게 재현됩니다. 노출을 약간 부족으로 보정해서 찍어보면 붉은 색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바다나 산에서 석양을 찍을 때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화면의 중앙을 가로지르지 않도록 구도를 잡고, 태양을 중앙에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해변에서 석양을 찍는다면 어선이나 바위, 방파제, 사람의 실루엣 같은 액센트를 넣어서 찍으면 변화가 생겨서 좋답니다. 사진에서 태양은 너무 작게 나오면 볼품이 없기 때문에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화면을 가로 세로로 세 부분으로 나누는 황금비율(3분할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 구도법의 원칙입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박일훈
ⓒ 김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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