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리 스냅

정치와 경제활동의 중심지인 수도 서울에는 전 인구의 약 1/4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도심의 번화가와 시장, 수많은 자동차가 오가고 고층빌딩이 늘어선 비즈니스 가에서는 하루 종일 활기에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모든 것이 사진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이처럼 거리에서 찍는 사진을 스냅사진이라고 부르는데요. 1950~60년대 현대사진을 연 미국의 사진들은 거의 거리에서 찍은 스냅사진들이 많습니다.

 

스냅사진, 캔디드사진이란 어느 쪽이나 피사체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 또는 피사체가 사진으로 찍힌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을 말하지요. 물론 엉뚱한 생각으로 몰래 찍는 이른바 도찰(盜撮)과는 다릅니다. 꼭 찍고 싶을 때는 특정한 피사체에게 사진을 찍겠다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표시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매너를 갖춰야 하겠지요. 본인이 거부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찍어선 안 됩니다.

 

5, 6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겨누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공개된 거리를 걷는 사람일지라도 사진에 찍힌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경우, 본인의 허락이 없이 찍으면 초상권(프라이버시) 문제로 마찰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일일이 피사체의 허락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진가로서는 활기와 매력에 넘치는 대도시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사람이 전체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의 요소로 들어가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뒷모습이나 다리 같은 신체의 일부는 요령껏 찍어도 괜찮습니다. 단, 뒷모습을 찍을 때 본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앵글은 절대로 피해야겠지요.

 

도시에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건물과 자동차, 네온사인, 유리창에 비치는 반영 같은 소재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여기 좋은 예가 있네요. 최근 버스 정류장이 많이 세련되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광고판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행렬을 하나의 화면에 넣어서 미스테리어스한 서울 도심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