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동태는 우리를 보고 있다

카메라는 오토 포커스(AF)의 시대가 되어, 누가 찍어도 초점이 맞은 사진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단지 초점을 맞추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컴팩트 카메라로 충분하겠지만, 한 단계 높은 표현을 위해서는, 중요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배경을 흐리게 함으로써 주제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잡지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피사체에는 초점이 맞아 있지만, 뒤쪽 배경과 피사체 앞쪽에서는 초점이 흐려진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점이 맞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범위를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라고 합니다. 이 피사계 심도는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1. 조리개(f) 값 = 보통 사진 설명에는 그 사진을 찍은 렌즈의 초점길이와 조리개 값이 ‘75mm’, ‘f5.’6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조리개, 즉, f 값을 나타내는 숫자가 커지면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고, 반대로 수치가 작아지면 초점이 맞는 범위는 얕아집니다. AF 카메라의 경우, AE(조리개 우선) 모드로 설정해서 f값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2. 렌즈의 종류 = 같은 조리개 값을 사용해도, 가령 28mm의 광각렌즈를 사용했을 때와 180mm 같은 망원렌즈를 사용했을 때는 피사계 심도가 달라집니다. 즉, 광각은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고, 망원으로 찍으면 얕아집니다.


3. 촬영 거리 = 카메라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짧을수록 피사계 심도가 얕아집니다. 즉, 피사체를 크게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초점이 맞는 범위는 좁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피사체의 어느 지점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가 그만큼 더 중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원리를 이용해서 피사계 심도를 극단적으로 얕게 하거나, 반대로 깊게 해서 촬영 의도나 주제의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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