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김승곤의 사진읽기 - 노을이 흰색으로 나왔다고요?
해변에 서서 넓게 열린 바다를 바라볼 때 사람들은 자유와 희열을 느낍니다. 해질 무렵, 바다나 지평선 끝에 붉은 태양이 걸려 있고 석양빛을 받은 구름이 하늘에 떠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 순간,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다행히 DSLR 카메라를 들고 간 사람이 그 감동적인 장면을 찍었습니다. 걸작사진을 기대하며 모니터 화면에 이미지를 띄워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인가요? 그때의 드라마틱한 붉은색 노을은 어디 가고, 하늘이 하얗게 나와 있는 것 아닙니까?
원인은 화이트 밸런스(WB, White Balance) 설정에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어떤 상태에서나 흰 종이가 흰색으로 보이지만, 사진으로 찍으면 광선의 성질(색온도)에 따라서 흰색으로도 붉은 색으로도 나옵니다. 흰 종이도 날씨가 흐린 날에는 푸른색, 백열등 아래에서는 오렌지색으로 나오는 겁니다. 이것을 그곳의 광선상태에 관계없이 원래의 색으로 잡아주는 것이 디지털 카메라에 있는 WB의 역할이지요. 필름을 쓰던 시절에는 색을 바로잡기 위해서 색온도 변환(CC, Color Compensation) 필터를 렌즈 앞에 걸고 찍었답니다.
석양을 받고 서있는 사람의 얼굴은 사진에서는 낮은 색온도 때문에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붉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싫어서 카메라의 WB를 자동으로 설정해서 찍으면 정상(?)적인 얼굴색으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술’과 함께 아름다운 노을에 취했던 그때의 황홀한 감동도 함께 깨어버리게 되겠지요? 이럴 때 노을 진 하늘의 붉은 색을 강조하고 싶다면, 예를 들어 WB를 5000°K로 설정하거나 ☼(태양)마크에 맞춰보는 등, 색온도를 높게 설정해주면 됩니다. 조금 어려우신가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WB 설정과 노출을 바꿔가며, 촬영 결과(색)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이겠지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사진 : Bridgepix, Sunset, as storm clouds approach, Chatfield Lake, Littleton, Colorado, 2007
'김승곤의 사진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슬로우 싱크로의 마술 (0) | 2018.01.13 |
---|---|
#1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0) | 2018.01.07 |
#13. 김승곤의 사진읽기 - 한낮보다는 오후가 (0) | 2017.12.31 |
#12. 김승곤의 사진읽기 - 기분이 좋아지는 황금분할법 (0) | 2017.12.30 |
#1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리 스냅 (0) | 2017.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