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어느 유치원 아이들이 공원으로 놀러 나왔네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카메라를 향해서 한껏 재롱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아이와 맨 오른쪽에 있는 아이는 카메라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이 있는 모양이지요? 아니면 이 소풍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요? 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카메라에 담은 순발력이며, 화면에 입체감과 움직임을 주는 삼각형의 구도도 참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습니까?

 

다음은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으로 찍혀 있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어떻게 찍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귀엽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럽지는 않지요.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표정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의식하게 만들지 않는 겁니다. 어떤 포즈도 요구하지 말고 그냥 놀게 하면서 카메라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한참 지난 다음에는 카메라를 들이대도 긴장하거나 위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눈높이입니다. 어른들은 보통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각도로 바라봅니다. 사진도 그런 각도에서 찍고요. 그리고 포즈를 큰 소리로 주문합니다. “자, 카메라를 보고 귀여운 포즈로 웃어봐!”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위축되어, 어딘지 모르게 꾸며진 느낌을 주는 사진이 찍히겠지요. 아이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자세를 바짝 낮춰서 아이의 눈높이로 한번 찍어보세요. 사진이 전혀 달라질 겁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신 경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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