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김승곤의 사진읽기 - 한낮보다는 오후가

같은 물체일지라도 빛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은 다르게 보입니다. 사진에서는 그 단순한 차이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라집니다.

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서 사진에서의 입체감이나 질감, 원근감 등에 차이가 생깁니다. 빛은 비추는 방향에 따라 카메라 뒤쪽에서 피사체를 비추는 정면광(front light)과 피사체의 뒤쪽에서 카메라 쪽을 향해서 비추는 역광(back light), 머리 위쪽에서 아래로 비추는 탑 라이트(top light), 옆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들어오는 사광(side light)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정면광은 피사체를 정면에서 밝게 비추어 형태나 색채를 잘 드러내주기는 하지만 콘트라스트가 없는 평면적인 사진이 되기 쉽고, 역광은 강하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질감(texture)나 형태, 입체감 등을 나타내려면 사광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에 비해 탑 라이트는 전체적으로 고르게 광선이 닿기 때문에 넓은 풍경을 찍을 때 좋습니다. 하지만 인물을 찍을 때나 부분적인 풍경사진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태양을 움직이게 만들 수는 없지만, 사진가가 촬영하는 위치를 바꾼다면 정면광을 역광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요. 오후 시간에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까다로운 광선이 부드러운 사광으로 바뀝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피사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항상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몇 발짝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사진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사진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빛의 방향을 읽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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