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김승곤의 사진읽기 - 일상의 주변에서부터
정작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으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의 손이나 발 같은 신체의 일부,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얼굴도 좋습니다. 닥치는 대로 찍어보십시오. 보통 면도할 때 말고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지요. 주름진 아내의 손이나, 고사리같이 조그만 아이의 손을 자신의 손 위에 올려놓고 찍어보세요.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도구라고 할까요,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이 “음, 참 잘 찍은 사진이군요. 찍는 솜씨가 아주 좋으시네요.”라거나, 혹은 “아니, 말씀드리기는 뭐 하지만, 사진이 좀 그러네요.”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요? 물론 노출이나 화면 구도나 주제의 선택이나 타이밍 같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사진을 말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그것을 좋은 사진이라고 말한다면, 카메라에 관한 지식과 사용법을 얼마쯤 배우고 실제로 많은 촬영 연습을 쌓으면 남에게 칭찬을 들을만한 그런 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진을 원하시는 건가요?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좋은 사진’이란 찍은 사람의 ‘감성’을 읽을 수 있는 그런 사진을 말하는 것이지요. 감성은 개인에 따라서 모두 다르니까, 어떤 사람의 감성은 좋고, 어떤 사람의 감성은 좋지 않다는 식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감성’은 ‘개성’이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성이 없는 사진,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은 찍는 사람도 그 사진을 보는 사람도 쉽게 싫증 나게 만듭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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