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옛날 생각을 고집할 것인가?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 쪽으로 급속하게 이행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후반 들어서였고, 2004년 이후부터는 판매 대수에서 역전, 현재는 99.9%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습니다. 나머지 0.1%도 필름 재고가 소진되는 수 년 안에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에도 자동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누구나 간단히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자동노출(AE)기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노출을 제대로 맞추는 기법을 터득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렸답니다. 사진가에게는 시간과 경험과 ‘감’이 요구되었던 거지요. 옛날 사진가들이 한결같이 조금 까다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카메라 자체가 아주 귀하기도 했고요.

사진을 찍으면 그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시간, 즉 어떤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그 미지의 시간이야말로 프로 사진가들의 명성과 생활을 받쳐주었던 ‘블랙박스’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노출도 초점도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주고, 결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기술이나 경험은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똑같은 피사체를 똑같은 조건으로 찍는다면, 20년 동안 사진을 찍어온 저명한 사진가나 오늘 막 카메라를 산 아마추어 사진가나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 두 시대의 사진들은 사진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사진가는 낡은 가치관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편리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서예가도 아닌데, 먹을 갈고 붓으로 써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디지털카메라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프랑스의 니세포르 니엡스가 찍은 세계 최초(1826)의 사진.

8시간 동안 노출을 주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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