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김승곤의 사진읽기 - 가까운 곳에서부터

모처럼 편하게 시작하고 사진을 시작했는데, 노출이다, 구도다, 까다롭고 귀찮으시지요? 그럼 다른 건 생각하지 마시고, 실내 풍경이나 가족의 일상, 서쪽 빌딩 사이로 지는 해, 아파트 유리창 밖으로 흐르는 구름, 근처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 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같은,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부터 우선 찍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서 찍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억지로 걸작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생각을 머리에서 아예 지워버리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눈길이 가는 대상, 자신이 좋아하는 피사체를 찍어보도록 하십시오.

 

이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것을 의식하지 말고, 이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찍는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개성적인 사진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누가 그렇게 찍을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이점입니다. 카메라가 또 하나의 눈으로 여겨질 때까지 많이 찍으십시오. 찍어보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지워버리면 되니까요.

 

그렇게 찍은 사진 가운데 몇 장을 골라서 모니터에 띠워보거나 작은 사이즈로 프린트를 해서 들여다보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을 겁니다. 몇 번을 거듭거듭 들여다보아도 좋은 사진이 있다면, 그것이 진짜 자신의 사진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시작한 사진이니까, 자기가 좋다면 그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인 것이지요. 사진에 관한 지식이나 찍는 기술은 그다음입니다.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 류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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