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2

패모 | 그 스튜디오도 모두 백두산 작업에 털어넣었다. 그러길 참 잘했다.


서발막대 휘둘러도 걸칠 데가 없어라.
아무리 더듬거려도 의지할 데가 없어라. - 패모
쓰러지면 기어가고 열심히 더 가다보면
덩굴손이 붙들 데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 패모
그래서 더 힘차게 자라 이쁘게 꽃 피우고
주렁진 열매는 더 탐스럽게 영글 것이다. - 패모


학연도 지연도 가진 돈도 없이 맨손으로
충무로에다 광고사진 스튜디오를 열었다. - 나
망하면 죽을테니까 산에도 집에도 가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했다. - 나
사진을 직업으로 한다는 언제나 황홀했던 자신감은
거기에 젊음도 꿈도 사랑도 모두 걸었다. - 나


애타게 팔을 휘젖는 젊은 패모를 사진찍으며
어려웠지만 신나던 시절의 나를 생각했다.
아마도 그때 누군가가 내손을 잡아주었다면
나는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아버지도 나의 앞길을 포장해주지 않으셨고
길 위에 깨진 유리조각 몇 개 치워 주셨을 뿐이다.
언제나 내 앞길, 내가 가는 길을 위해 그러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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