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4

분홍할미꽃 | 허리도 굽었지만 열매에 달린 털이 백발이다. 중국명 백두옹.

 

 

백두산 원경사진 한번 찍겠다고
송강하에서 만장 가는 길녘 금강촌.
蘇玉和네 집에 방을 얻어 살았다.
소 동무는 소학교 동창인 색시하고
열아홉 살 먹은 아들 하나 두고
날마다 허허 웃으며 재미나게 산다.
남편은 색시를 위해 날마다 숯을 굽고
색시는 남편을 위해 날마다 뜨개질을 한다.


저녁이면 동네사람 두셋씩 마실 온다.
외국사람 처음 본다고 구경하러 온다.
모여 와서는 이래 저래 나를 웃긴다.
나도 서툰 중국말로 그들을 웃겨준다.
손님 대접한다고 커피 내놓으면
중약같다고 깜짝 놀라 손을 휘휘 젓는다.


집주인 소 동무네 세 식구와
송강하 가서 맛있는 거도 먹고 함께 목욕도 하러 간다.
어떤 때는 사진 하는 일보다 순박한 그들과
어울리며 사는 게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분홍할미꽃, 소 동무네 금강촌에서는
차 다니는 아스팔트 길녘에도 여기저기 떼지어 무더기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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