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김은희 - 자화상自花像 展
[전시안내] 김은희 - 자화상自花像 展
* 장소 : 류가헌 (02-720-2010)
* 기간 : 2019년 11월 5일(화) ~ 17일(일)
* 작가와의 대화 : 11월 9일 (토) 오후 3시
꽃을 빌어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
김은희 사진전 <자화상 自花像>, 11월 5일부터 류가헌
자화상 自花像.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를 뜻하는 자화상과 음이 같지만, 그림 화(畫)자가 있어야 할 곳에 꽃(花)이 자리해 있다. 작가는 마치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매크로렌즈로 식물들을 찬찬히 깊이 들여다보았다.
잎사귀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들의 조롱조롱한 배열과 아스라한 영롱함은 꽃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본 사람의 것이었다. 꽃잎 사이에서 가늘게 뻗어 나온 갈래진 꽃술의 조용한 손짓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 있어야만 보이는 꽃의 표정, 식물의 언어. 꽃을 사진 찍었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마음을 찍은 것이다. 그래서 또한 자화상(自畵像)이기도 한, 사진가 김은희의 <자화상 自花像>.
첫 전시 <내 안에 크는 나무>는, 작가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 정원에 오래된 나무에 시선을 둔 사진이었다. 수령 300년이 넘은 그 느티나무 노거수는 한 자리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이 자신의 그늘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전쟁 때는 사람들을 자신의 큰 품속에 숨겨주기도 했다. 누군가 ‘눈물자국’이라고 표현한 켜켜한 껍질의 느티나무를, 수세기동안 힘들게 한자리에서 온갖 일들을 겪으며 살아온 그 나무를 힘들이지 않고 찍는 일이 왠지 저어되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식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였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암실작업을 독학으로 익혀가며 한 장 한 장 손수 인화를 했다. 나무가 지나 온 인고의 세월에 견주어 미안하지 않을 만큼의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처음 ‘김은희의 사진’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 2018년 전시 <내 안에 크는 나무>였다.
1년 여 만에 이어지는 이번 전시 <자화상 自花像>에서는 줄곧 식물만을 탐색해 온 작가의 더욱 깊어진 시선과 함께, 단일한 흑백사진이면서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사진 방식을 모두 수용한 표현의 확장을 볼 수 있다.
꽃을 빌어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 김은희 사진전 <자화상 自花像>은 11월 5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작가노트 - 自花像 Inner Garden - 김은희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오해와 불통은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무언가를 인지할 때에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 중
이미 알고 있는 일부분을 전체라 여기기도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잘 알아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보다 폭넓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自花像은 전작인 「내 안에 크는 나무」에서와 같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 할 일을 하며 묵묵히 살아오는 식물들처럼
주위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유연해지고자 하는
스스로에 대한 나의 바람을 담았다.
自花像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매크로렌즈로 식물들을 들여다보며 교감한 이야기다.
식물들은 색으로 많은 부분을 인지하기 때문에
선입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흑백 작업을 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돋치는 어린 나무처럼
세상살이에 서투른 나를 표현하기 위해 필름 현상을 거칠게 하였다.
때로는 깊은 물속에 들어가 혼자 명상에 잠긴 듯 지내기도 했고,
때로는 물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던 나를
식물로 이야기 한 自花像이다.
김은희 金恩熙 EUNHEE KIM
1977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였다.
겨울 내내 베란다에 방치해두었던 죽은 화분에서 새싹이 돋은 것을 보고, 식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독학으로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전시작 <내 안에 크는 나무>는 아파트 단지 안의 오래된 나무가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묵은 인화지에 암실 프린트를 해서 씨실과 날실로 인화지를 엮어 짰다. 이번 전시작 <자화상 自花像>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것이 다르게 보여 지는 것에 주목하였고, 동시에 사진들을 책으로 꾸려 독립출판 하는 과정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한정식 선생님의 말씀처럼 좋은 사진가가 되려 하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자세로 사진을 통해 내 마음을 수련해나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좀 더 추상적이고 기호학적인 사진을 하고 싶다.
개인전
2018 내 안에 크는 나무, 갤러리브레송
2019 自花像, 류가헌
사진집
2019 自花像 古来寫眞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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