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4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14

사진, 글 : 안승일

 

 

오랑캐장구채 | 봄부터 피기 시작하더니 추석 다음날까지 나를 기다려 준….

 

 

추석 전날 비가 쎄게 오는데,
안의호 동무가 펀쵸를 휘날리며 산을 내려갔다.
연길가서 운전허가증 내는 시험도 보고
월병, 자반 ,샹차이도 사온다고 내려갔다.


받아둔 빗물도 바닥이 나고 해서
오늘은 내가 물을 뜨러 갈 수 밖에 없다.
가고 오는데 네 시간쯤 걸릴텐데…
카메라도 가지고 갈까 말까 무거운데…
작은 기계만 하나 가지고 갈까 어쩔까….


용문봉에서 천지 수면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씨를 맺고 없어졌을 줄 알았는데,
오랑캐장구채가 아직 거기에서
싱싱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각렌즈까지 가져오길 참 잘했다.
실한 몸을 뚱기적대며 혼자 사진을 찍었다.


물통이랑 씻은쌀, 카메라 가방, 모두해서
육십 근 쯤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카메라 가져가길 참 잘했다 생각하니 캠프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