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8

천지 야영 | 산짐승처럼 마구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었다.

 


황소처럼 힘이 좋고 우직한 사진쟁이
연변의 고철기 동무가 위암 수술을 했다.
“고 동무, 나랑 산에 가자. 산에 살면
모든 병이 다 나을 수 있다. 백두산 가자.”


이제 조금씩 회복중인 그가 망설이다가
어렵사리 나를 따라 나섰다.
그를 환자 취급하면 안 된다고
짐을 잔뜩, 육십 근 정도 지게 했다.
꿈을 되찾으라고, 힘 내라고
그의 카메라도 모두 가져가게 했다.
산짐승처럼 아무데나 마구 뛰어다니며
맑은 물, 밝은 바람 먹고 한 달쯤 살았다.
구름이 몰려다니면 사진도 찍었다.


고 동무, 내려올 때는 짐을 더 많이 지고
껑충껑충 뛰어 내려왔다. 절망은 버리고
희망과 자신감으로 배낭 가득 채워서….


“선생님, 꿈만 같아요. 살 것같아요.
다시는 산에 못 가는 줄 알았어요.”
사진 오른쪽의 고철기 동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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