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솜씨 좋은 총잡이처럼

#45. 김승곤의 사진읽기 - 솜씨 좋은 총잡이처럼

사진 : Garry Winogrand , Centennial Ball, Metropolitan Museum, New York, 1969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지금은 볼 기회가 거의 없지만, 19세기 말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들을 기억하시는지요. 상대방이 권총집에 손을 댈 틈도 없이 눈 깜작할 사이에 권총을 뽑아들고 악당을 쓰러트리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어찌됐건, 영화 속의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는 누구에게나 영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도 허리춤이나 가슴에 총을 품고 다니는, 600만 명에 달한다는 미국인들이 모두 영웅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그냥 찍기만 하십시오. 나머지는 우리가 다 하겠습니다.(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 들어보신 적 있으시지요? ‘스냅 샷(snap shot)’이라는 말은 원래 사냥에서 ‘속사(速射)’를 뜻하는 용어였지만, 사진에서는 상대방이 모르는 상태에서 솜씨 좋은 총잡이처럼 재빨리 찍는 촬영 스타일을 말합니다. 카메라를 경계할 틈을 주지 않는 꾸며지지 않은 순간을 잡아내는 스냅사진은 코닥사에서 높은 감도를 가진 필름과 손에 들고 찍을만한 크기의 ‘브로우니’가 나오면서 가능해진 전혀 새로운 방법입니다. 눈에 띄는 커다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받치고 긴 노출을 주어야 했던 당시의 사진가들은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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