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47. 김승곤의 사진읽기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진 : Herbert Bayer, The lonely metropolitan, 1932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유럽의 오래된 건물을 배경으로 공중에 떠있는 두 개의 손바닥의 눈이 이쪽을 바라보는 사진에서는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중동과 남유럽 일부 지역 사람들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닌다는
함사’(Hamsa)를 연상시키는 사진입니다. 함사는 아라비아어로 다섯(손가락)을 의미하는 말로, 사람들에게 저주를 거는 악마의 푸른 눈(邪視)의 주술을 막아주는 신성한 손을 상징하는 장신구라고 합니다.

지금은 직접 촬영했거나 네거티브나 프린트에서 스캔 받은 이미지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하는 일이 간단해졌지만, 디지털 카메라도 포토샵도 없었던 시절에는 이런 사진을 만들어내는 기법은 마치 마법의 기술처럼 여겨졌습니다. 사진은 항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증언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에 이런 기법으로비현실적인 작품을 만드는 사진가는 전통에 대한 파괴자나 이단자쯤으로 여겨졌지요.

제리 율즈맨(Jerry N. Uelsmann, 1934~ )초현실의 세계를 그려내려고 한 대표적인 사진가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헤르베르트 바이에르(1900 – 1985)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오려 붙이거나 네거티브를 합성해서 만드는 작품은 사진의 발명 초기에서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에르들은 우화적이고 종교적인 세계가 아니라 불가사의하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e)란 말은 현실을 초월한 비현실적인 것, 난해하고 기묘하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과잉(지나칠)될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것이라는 의미이지요. , 현실 가운데에 내포된 세계로, 익숙한 도시풍경이나 사물의 표면 같은 데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강력한 현실감을 말합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전개된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세계가 꿈이나 무의식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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