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올해의 마지막 퀴즈

#46. 김승곤의 사진읽기 - 올해의 마지막 퀴즈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배우들은 연기를 하면서 자유자재로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마음에도 없는 거짓 표정은 잘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얼굴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요. 우츠미 케이코(内海桂子)라고 하는 일본의 여성만담가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요. “거울은 먼저 웃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웃으면 거울도 따라서 웃지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이발사여서 어렸을 때부터 거울을 자주 보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마 그런 관찰력이 생겼을 겁니다.

 

소리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미소, 어이없거나 마지못해서 웃는 고소,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홍소, 쌀쌀맞게 비웃는 냉소나 조소,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실소, 갑자기 터져 나오는 폭소 등 웃음은 종류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아주머니들이 보여주는 웃음은 어떤 웃음일까요?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나 배를 그러안고 쓰러질 정도로 웃는 포복절도는 아니고…, 맞습니다. 이런 웃음을 파안대소(破顔大笑, breaking into a hearty laugh)라고 하지요? 얼굴을 활짝 펴고 마음에서 울어나서 웃는 진짜 웃음 말입니다.

 

지난 가을, 강원도 진부라는 곳에서 열리는 5일장에 가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시골 장터는 예나 지금이나 넘치는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 아주머니들은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이거나 초등학교 동창들일까요? 바로 옆에 좌판을 벌이고 있거나, 아니면 장을 보러 나오신 분? 사진을 보아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서 자리를 함께 하신 분들인지도 모르지요. 생판 낯 모르는 아주머니 어깨에 스스럼 없이 손을 올려놓은 ‘넉살 좋은 아저씨’(실례!)의 얼굴에서도 이미 거울 효과가 미치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사진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 얼굴에도 훈훈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지 않으신가요?

 

진부 장터에서는 아직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외상으로 물건을 내준다고 합니다. 물론 주소도 전화번호도 받아 챙기지 않고요. 아주머니 허리춤에 차고 있는 전대가 제법 볼록한 것을 보면 이날 장사는 괜찮았던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에게 퀴즈입니다. 앞쪽에서 팔을 벌리고 크게 웃고 계시는 이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팔고 있는 것은 어떤 물건일까요?


새해에는 여러분 가정이 밝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시기를 빕니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