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4

당개지치 | 사람답게 살다가 폼나게 돌아가자.

 


알껍질을 깨고 잔부리를 내미는 작은새들.
어미 뱃 속에서 갓 나와 아직 태를 매단 채
벌떡 일어서 첫 세상을 내딛는 짐승들.
그런 경이로운 탄생의 신비는
동물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숨막히는 순간들.
벌레들이 허물을 벗는 모습 또한 경이롭다.


꽃들이 피어나는 모양 또한 그에 못지 않다.
다만 그 진행과정이 조금 느리기에
우리가 쉽게 보고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어미의 뱃속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대지가 있어
어미의 탯줄보다 치열하고 강인한 뿌리가 있어
동물들의 탄생보다 더욱 더 찬란하게
꽃들은 피어난다. 왜지치는 피어난다.


우리 사는 이 세상, 얼마나 지혜롭고 장한가.
우리 아기들이 첫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나는
그 순간들은 또 얼마나 슬기롭고 위대한가.
아름답게 태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 인생
짐승들이랑 꽃들이랑 벌레들이랑 동무하며
사람답게 살다가 폼나게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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