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1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1

사진, 글 : 안승일

 

 

 

땃딸기 꽃 | 그 신비한 땃딸기는 두번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십 년 전쯤이다. 고산화원 서쪽
해발 2000m 가까운 수목한계선에서
앙증맞게 익어가는 땃딸기를 처음 만났다.
칠월 중순쯤이었는데 꽃도 피어 있고
딸기도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엄지손톱만한 열매가 땅에 앉지 않고
곧추 서서 꿈처럼 바람에 딸랑대고 있었다.
아주 진한 향을 내뿜고 매달려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신기한 딸기가 있다니.
내가 손 대기에 죄스러울 만큼 향기로웠다.


그 뒤로 그곳을 지날 때마다 그 향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보지만 꽃은 피는데
그 신비한 땃딸기는 잘 여물지 않았다.
그래서 그 열매의 맛도 내가 찍었던 사진도
모두가 꿈 속에서의 일인 듯한 생각도 들었다.
꿈 속에서 찍은 사진이 필름에 노광된다?
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지….


혹시 고산화원 땃딸기 열매를 보았거나
사진 찍은 분. 출판사로 연락 한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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