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2
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22
사진, 글 : 안승일
풀섶에는 어느 곳에나 질서가 있다.
벌레들에게는 엄하게 지켜지는 도덕과 도리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러브호텔도 불륜도 없다.
애증도 갈등도 필요 이상의 성욕도 없다.
인간들은 폐경 후나 임신중에도 그 짓을 하면서
배란기가 아니면 짝을 짓지 않는 그들은
하등동물이고 자기들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뻔뻔스럽고 어이없는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벌레들의 그 사랑의 행위는 성스럽고 치열하다.
종족 번식을 위한 단순 행동으로만 보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상대를 찾는 데 까다롭다,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짝을 짓지 않는다.
상대가 정해진 후에 치러지는 사랑의 의식을
몰래몰래 가만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부드러운듯 격렬한 움직임은 감동적이다.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그들은 누리는 것이다.
나, 한 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싶다.
속잔치하며 나누는 그들만의 사랑의 밀어를
별들의 속삭임보다 더 아름다울 그들만의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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