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보살님의 꿈.

아침에 면도를 하다보니

면도할 면적이 몇 배나 늘었다.

면도기 질레트 꽈트로로
민둥산을 주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Foamy의 도움으로 워낙 굴곡이 심한 산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주행을 마친후

거울을 들여다 보니 인물이 더 훤해 보였다.

 

 

 

 

 

 

훤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무 한포기 없는 민둥산이

훤한 것은 말 하나 마나다.

그런데, 토닉을 바르고 스킨로션을

바르려고하는 순간 잠시 망설였다.

어제만 해도 얼굴과 머리가 구분되었는데

오늘은 온통 얼굴 뿐이였다.
최소한 3~4배의 화장품이

더 들어간다는 결론이 였다.

"스님들이 쓰는 남성 화장품도 엄청 나겠네 ?!"


아무턴, 경비가 더 들어가도

나는 나의 세월먹은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주름지게 하기 위해

골고루 발라야 겠다고

정성 스럽게 처음으로 얼굴에 편입된 머리에

스킨과 로션을 듬뿍 바르고 나니

머리냄새도 줄어든것 같은 기분이였고

기분도 예전보다 더 상쾌해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런데 썬크림이 모자랄것 같다.

친구에게 여분으로 가져 오라고 했는데

내 말은 지독히 안 들어 먹는 친구라,

만일 가져오지 않으면

미안마의 땡볕에서 나의 머리 껍질은

다 타서 없어질 것 만 같았다.


" 할 수 없다 ! 내가 스스로 준비 해야지 ! "

 

 

 

 

 


기독교 믿는 아이들은

불상 보러간다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말을 안 듣고 반항을 한다.

 

새로운 미안마를 개척하라면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이

중생을 이끄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옛날 같으면

욕을 한 바께츠 끼얹고 싶었지만
천수경의 한 줄 때문에

조용히 經경을 읽고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惡口衆罪 今日懺悔

구중죄 금일참회
악한 말을 한 죄 오늘 참회 합니다.


난, 보리수 나무 아래서

도를 깨우친 부처를 생각하며

집에 모셔놓은 큰 스님과

청담동 보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배운 것이 탈 일까

아무거나 찍으려고 덤빈다.


큰 스님 꿈을 꾸신다.
"이쁜 청담동 보살님 언제 오실까?

오실 때, 발렌타인 30년짜리와

육포 가져 오신다고 했는데...

나만 은밀히 살짝 살짝 마셔야지 ?
혼자 된지 꽤 오래 됬다던데

손 한 번 봐 주는 것이

스님 이전에 사람의 도리 아닌가 ?"


" 네, 이놈 ! "

꿈에서 부처님이 호통을 친다.


" 아이고,

보살님과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죄를 부디 용서 하옵소서 ! "

貪愛衆罪 今日懺悔

탐애중죄 금일참회
상상도 못 하나 ?

뻑하면 따라 다니면서

참회하라고 야단법석을 떨어요 글쎄 !

 

 

 

 

 

 

청담동 보살님은 이런 꿈을 꾸셨다.


코가 크게

이마가 고속도로 처럼 뻥 뚫린 큰 스님이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스님 홀로 계시는 승방의 쪽마루에 앉아있는

보살 옆으로 슬며시 다가 오더니

비단 옷을 입은 저고리에 손을 넣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베토벤의 문 라이트 소나타가 미풍에 실려와

달빛에 받은 은빛 자작나무를 흔들고

둘이 앉아 있는 쪽마루로 넘실거리며 다가와

마구 부딫치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풀벌래 시끄럽게 울었다.
보살님이 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울고 있는 것이였다.


풀벌레는 알고 있었다.
사랑이란 이렇게 곁에 붙어

우는 것이라고 ...


사람 사는 세상이 뭐 별것인가 ?
스님 잘못도 보살님 잘못도 아니지 않는가 ?
혹시 풀 벌레도 아는 것을

우리는 모르는 것이 아닌가 ? ㅋ

 

 

 

 

 

사진, 글 : 김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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