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사진에 진실이 담겨 있으면

#41. 김승곤의 사진읽기 - 사진에 진실이 담겨 있으면

사진 : 루이스 하인. 면직공장 소년 청소부, 인디아나주 에반스빌, 1908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7, 8세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너덜너덜 해어진 속바지를 입고 실을 뽑는 소면기 옆에 서 있습니다.

100년 전에 이 사진을 찍은 루이스 하인(Lewis Wickes Hine, 1874–1940)은 시카고대학과 뉴욕대학, 콜롬비아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사진가입니다.
하인이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것은 30살이 넘어서였습니다. 주로 빈민가나 공장의 아동 노동자들이 놓인 현실을 찍어서 개선의 필요성을 사회에 호소했습니다. 공장주들은 그의 촬영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그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방검사관을 사칭해서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는 비참한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서 결코 현실을 과장해서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진이 무엇인가를 증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진에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사회를 개혁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진이 발명되고 반 세기가 지날 때까지, 사진가들은 촬영하기 전에 먼저 대형 카메라를 세우고, 카메라 뒤쪽의 간유리 초점판에 초점을 맞춘 다음, 감광판을 카메라에 세트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다음에는 사진가는 구도나 초점을 바꿀 수도 없었고, 오직 셔터를 누르기만 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래플렉스가 등장하면서 사진가들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피사체를 바라보면서 화면을 구성하거나 앵글을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중요한 피사체에만 시선이 집중되도록 배경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해서 찍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하인은 이런 최신형 그래플렉스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서 사람들의 가슴에 강하게 와 닿는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주택 론을 갚지 못해서 집에서 쫓겨 난 하인은 자신이 평생 동안 찍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참한 생활을 보내야 했습니다. 66세의 나이로 병원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의 사진이 가진 진정한 가치와 중요성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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