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서운 사진?

#40. 김승곤의 사진읽기 - 무서운 사진?

사진 : Mark Cohen, Jump Rope,1975

글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조금 이상한 사진이지요? 줄넘기 줄을 손에 쥐고 있는 소녀의 머리가 목 위로부터 화면에서 잘려 있습니다. 소녀의 움직임은 정지되어 있는데, 거리는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고 배경의 하늘이 흰 천처럼 나부낍니다.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의 거장 중 한사람인 마크 코엔(Mark Cohen, 1943~ )그림 스트리트(Grim Street)’라는 사진집 표지에 나온 사진입니다. 미국은 로버트 프랭크와 윌리엄 클라인, 개리 위노그랜드 등, 거리나 사람들을 찍는 스냅사진이 전통적으로 강합니다. 미국 도시의 독특한 거리 분위기나 사람들의 모습이 그런 사진의 소재로 알맞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손에 쥔 손잡이 막대나 다리 사이로 나온 굵은 줄이 야릇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소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상식으로는 분명 실패로 보이는 이런 수수께끼 같은 사진들을 그는 왜 찍었을까요? 궁금하게 생각하셨다면, 그의 의도가 적중한 것입니다.

오른 손에는 28mm 광각렌즈를 단 라이카, 왼손에는 스위치를 넣은 소형 플래시를 들고 거리를 나섭니다. 카메라는 허리쯤의 위치로 해서 노리는 피사체가 1.5m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재빨리 셔터를 누르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그의 촬영 스타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카메라에 찍혔는지도 모르겠지요.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서 1/8초에서 1/60 정도로 놓고 찍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으면 배경은 흔들리고 주제의 움직임은 플래시 빛에 정지되는 사진이 찍히는 겁니다. 확실한 메시지를 읽을 수 없는 사진은 보는 사람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만듭니다. 또 부분을 플래시로 드러내면 전체에서 분리된 부분, 가령 옷의 무늬나 형태 같은 디테일이 강조되지요. 플래시가 만들어내는 분리, 광각렌즈에 의해서 생기는 왜곡과 원근감도 낯 설고 비일상적인 화면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코엔의 작품들은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마장의 기수를 찍은 그의 작품을 구입한 어떤 사람이 다음날 그 사진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거실에 걸어놓았는데, 그의 아내가 목이 없는 기수가 무섭다며 한사코 반대를 했다는 겁니다. 어떤 때는 찍힌 사람의 거센 항의를 받거나 심지어 경찰서에 끌려가서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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