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이선민 - 아버지의 시대로부터 From The Father's Times展

[전시안내] 이선민아버지의 시대로부터 From The Father's Times展

* 장소 : 갤러리 룩스 

* 기간 : 2020. 65 Fri – 628 Sun

 

 

 

정현(연극배우, 전 극단 민예 대표, 1945년생), 2016, c-print, 150 x 120 cm

 

 

이선민 작가의 개인전 «아버지의 시대로부터 From The Father's Times» 2020년 6월 5(금)부터 6월 28(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이선민 작가는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삶의 방식이 묻어나는 공간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이로써 구현된 내러티브를 통하여 자신의 호기심을 사회학적 차원으로 확장해가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아버지의 시대로부터 From The Father's Times»는 오랜 시간 동안 손으로 정교한 기술을 연마하며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년기에 접어든 아버지의 모습에 주목한다. 주로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태어난 이들의 삶은 변화무쌍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나왔다. 해방과 한국전쟁, 혁명과 쿠데타, 유신 등 격동의 시대를 으로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건의 생생한 기억들을 넘어선다. 

작가는 그들의 초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마한 숙련된 기술뿐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부터 자신의 생에 대한 책임감까지 선연히 포착한다. 또한 초상 사진 배경으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브제들을 통해 아버지의 아버지가 손에서 손으로 전한 장인 정신들을 반추하게 한다. 켜켜이 책이 쌓인 건축가의 오래된 서가와 50년 동안 광장시장을 지킨 유비상회와 그 안에 수북이 쌓인 원단들, 성수동 금속 제조 공장에 빽빽이 쌓여있는 수많은 물건들과 커다란 시계, 4대째 이어온 대장간의 망치 등. 작가는 노년기에 접어든 아버지와 오랜 시간 함께한 공간을 담은 사진으로 그들의 삶의 정체성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나아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시간들을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영기(동명 대장간, 1952년생), 2015, c-print, 120 x 150 cm

 

 

 

송병도(상원 ENG, 1958년생), 2018, c-print, 150 x 120 cm

 

 

 

윤병천(뉴라이트 전자, 1942년생), 2019, c-print, 150 x 120 cm

 

 

 

이경주(종로 양복점,1950년생), 2015, c-print, 120 x 150 cm

 

 

 

오래된 공간기억의 시간들 - 이선민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은 오랜 시간동안 한 가지 일을 연금해온 노년 남성들에 대한 초상 작업이다사진 속 인물들은 다난한 한국의 근현대사가 변화무쌍하게 펼쳐졌던 시대를 연금술사로서 또 아버지로서 살아낸 이들이기도 하다그렇기에 이번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의 작업은 격랑의 시대를 살아온 노년 세대에 대한 초상인 동시에 이들이 연금한 기술과 가치와 그 살아온 시대를 이들 스스로의 서술을 통하여 반추하는 기억하기의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 작업의 시작은 2015년 <연금술사>란 가제를 가지고 출발하였다디지털화와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오랜 시간 한 땀 한 땀 손으로 정교한 기술을 연마하며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숙한 연금술사들을 만나보고 싶었다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었다현자를 찾아가 질문을 던지는 순례자처럼 이들이 연금한 것들을 직접 바라보고 그들이 붙잡은 가치에 대하여 또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은 어떠하였는지 들어보고 싶었다무슨 질문을 하고 또 무슨 대답을 들을지는 미지수였다막연히 그들의 오래된 작업 공간에서 그동안 나의 윗세대와 나누지 못했던 오래된 궁금증들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것이다

 

첫 만남은 3대째 수제맞춤 양복점을 경영하고 있는 테일러 이경주님이었다. ‘종로 양복점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종로에서 대대로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었다처음 양복점을 방문했을 때 장식장에 걸려있는 양복들보다 그 위에 나란히 세워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촬영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며 두런두런 그의 과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50년 동안 양복을 만들어온 그에게 그 기술을 가르쳐 준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고 한다그가 독립할 때 본가로부터 들고 나온 것은 달랑 종로양복점이라 쓰인 간판 하나였다그에게 양복 만드는 기술은 부모에게 받은 유일한 유산이며 동시에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것이다어쩌면 가업의 계승이라는 책임감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절박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짧은 그 말 속에 그가 감당해야했던 것들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전해졌다또 한 가지 인터뷰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할아버지가 양복점을 처음 시작한 곳이 만주였다는 것이다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를 피하여 만주에서 일가를 이루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이것이 연금술사라는 작업의 가제를 <아버지의 시대로부터>라는 제목으로 변경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인터뷰를 시작하며 태어난 년도를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을 해방둥이라고 소개하였다평범하게 보이는 그의 테일러로서의 삶은 이러한 시대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었고 결혼하여 이사를 10번이나 다니면서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종로 양복점의 간판만은 계속 가지고 다닐 정도로 이 종로 양복점이라는 말에는 그의 전 삶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이번 작업을 함께한 인물들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출생한 세대들이다해방 전후로 출생하여 전쟁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이며 이들이 독립하여 직업을 가지고 결혼하고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온 60, 70년대는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로 얼룩진 시기였다해방과 전쟁혁명과 쿠데타유신 등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역사 교과서에서나 접한 사건들을 이들은 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세대이다그렇기에 이들이 겪은 전쟁과 가난과 이주의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들 뇌리에는 여전히 생생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번 작업의 인물 중 88세로 최고령자인 1932년생 김원하님은 14살 때 일본에서 해방을 맞았고 바로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18살에 6.25 전쟁이 발발했고 비행기 폭격으로 집의 유기공장이 모두 불타버려 온 가족이 경주로 피난을 떠났다. 20세에 장남으로서 6남매를 대표하여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하여 생계에 도움이 될 약학을 전공한 후 서울로 상경하여 제일향료회사와 종근당에 근무했다그리고 지금까지 45년간 황학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그가 서울로 이주하여 경제활동을 시작한 30살 무렵인 1960년대에는 4.19혁명과 5.16 군사쿠데타를 목격하였고 70년대에는 유신과 대통령 암살, 12.12 군사 쿠데타를 목격했으며 80년대에는 광주항쟁과 민주화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지나왔다이 모든 시대적 사건들을 겪으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중학교 때 6.25전쟁이 일어나 집이 폭격 당했던 일과 기차에 매달려 피난 갔던 일과 고등학교 때 남의 집에 입주하여 과외를 하며 고학했던 때라고 대답했다종로 양복점 이경주 사장님도 6.25 전쟁이 일어나 온 가족이 피난 갔던 일이 살면서 가장 기억나는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이것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당시 5살 어린 아이였음에도 아직도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고 하였다이렇듯 이 노년 세대들에게 전쟁과 가난’, 그리고 이주라는 키워드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자 극복해야 할 절박한 문제였다는 것이 작업을 함께한 분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도 이 분들과 비슷한 1935년생이다나의 아버지도 <아버지의 시대>작업의 인물들처럼 전쟁과 가난을 겪었고 홀 홀 단신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이주하여 낯선 땅 서울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다이처럼 전쟁과 가난’, 그리고 이주라는 키워드는 <아버지의 시대로부터모델이 된 노년 세대들에게 공통분모와 같은 기억이다. 1999년부터 2004년에 걸쳐 작업했던 초기작 <여자의 집사진에서는 명절에 모인 여러 세대들의 시선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교차한다그 수평을 달리던 시선들이 이번 노년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로소 사진가의 눈에 보이고 들려지기 시작하였다이 세대는 이러한 시대적 환경을 극복하는 데에 온 에너지를 집중하고 생활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좌우 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세대였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하였고 취미도 못 가져봤고 이거저거 돌아보고 살 정신없었다는 말속에서 이 노년 세대들이 통과해야 했던 절박한 삶의 여정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은 사진 속 노년의 인물들이 평생에 걸쳐 연금한 일들과 지켜온 가치와 그 살아온 시대를 조명하고 있다수 십 년의 시간이 응축된 그들의 공간과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공간과 하나가 된 듯 익숙한 이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오래되고 손때 묻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응시한다그리고 더 나아가 이 오래된 물건들과 평생 연금한 기술과 가치가 어떻게 다음 세대로 흘러가는지 그들의 시간을 천천히 따라가 보려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이 올려진 테일러 이경주님의 장식장 안에는 이들에게 전수받은 기술로 만든 양복들이 차곡차곡 걸려 있다이것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노년의 테일러를 바라보며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몸으로 부딪치며 겪어왔던 세월을 생각한다또 그가 지켜온 것들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본다켜켜이 책이 쌓인 건축가의 오래된 서가와 50년 동안 광장시장을 지킨 유비상회와 그 안에 수북이 쌓인 원단들성수동 금속 제조 공장에 빽빽이 쌓여있는 수많은 물건들과 커다란 시계, 4대째 이어온 대장간의 망치 등 이들의 오래된 오브제들도 천천히 바라본다종로 양복점과 유비상회 사장님의 50년을 이어오고 있는 오래된 우정도 떠올려 본다컴퓨터도 없었고 기계화도 되지 않았던 시절 몸과 손으로 일구고 지켰던 이들의 시간들이 이 공간에 가득히 흐르고 있다나의 아버지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손에서 손으로 전수한 정신과 기술들도 함께 말이다.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은 마치 오래된 서가에서 한 권 한 권 책을 꺼내 읽듯 천천히 이 이야기들을 읽어가려 한다

 

이렇듯 이번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은 노년 세대들의 시간을 기억해주는 작업이다이들 노년 세대가 감당해온 삶의 내러티브와 그 기억이 담긴 공간을 응시하고 경청하는 것이다. 1996년 <황금투구>란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나는 아버지를 시이저에 비유하여 바라보았다. 25년이 지난 지금 내 딸이 그 당시의 나의 나이와 비슷해질 제법 많은 시간들이 흘렀다.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은 지금 세상에는 없지만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 비로소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작업을 하며 익숙한 내 아버지의 포우즈와 문장들이 보이고 들려졌다그렇게 나는 나의 아버지의 삶으로 초청되었고 그 시대와 대화하고 있었다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시대로부터>작업이 아버지의 세대와 동시대의 또 다른 세대들과 나누고자 하는 담론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작가 약력

 

이선민 Lee Sunmin (b.1968)

 

1997 홍익대학교 산업미술 대학원 사진 디자인 전공 졸업(MFA)

1991 성신여자대학교 사범대학 한문교육학과 졸업(BA)

 

개인전

2020           아버지의 시대로부터, 갤러리 룩스, 서울 

2013           Translocating Women, 갤러리 룩스, 서울 

2011           TWINS, KT&G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07           도계 프로젝트, 학고재, 서울

           깊고 고요한 시간, 제비울 미술관, 과천

2006           Twins, 갤러리 나우, 서울

2004           여자의 집Ⅱ, 갤러리 룩스, 서울

1996           황금투구, 나무 화랑, 서울

 

단체전

2019           성남의 얼굴, 성남아트센터 큐브 갤러리, 성남

           웰컴 투 아워 캠프 사이트, 롯데 백화점 갤러리, 서울

2018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18           아트 텀스, BK 갤러리, 서울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_한국현대사진운동 1988-1999, 대구 미술관, 대구

2017           포토빌 국제 사진 축제 #43&44-Korean Documentary, 덤보, 뉴욕, 미국               

           포토빌 국제 사진 축제-Take Back The Beach, 덤보, 뉴욕, 미국

2016           공간의 발견(The Discovery of Space),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16           HI Light, 벽과나사이, 서울

2015           서울사진축제_기쁜 우리 좋은 날, 북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5           성남 익산 작가 교류전, 익산 예술의전당, 익산

           Dislocation; Urban Experience in Contemporary East Asian Photography, 

Smith College Museum of Art, Massachusetts, USA

           가족,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김해

           공간, 사람, 그리고 가족-춘천 아카이브 프로젝트, 춘천 상상마당, 춘천

           Family Album; Floating Identity, LIG Art Space, 서울

2014            탐험가의 여행담,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

           코리안 뷰티_두 개의 자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주 국제 사진 페스티벌_Women in Asia, 전북예술회관, 전

2013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_사진 한국을 말하다, 대전 시립 미술관, 대전; 창원 도립 미술관, 창원

           서울사진축제_시대의 초상, 초상의 시대, 시립미술관, 서울

           검내를 건너온 빛, 루비나아트센터, 분당

           4th Photoquai Biennalle, 파리, 프랑스

2012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품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미술에 꼬리달기-경기도미술관 소장품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홍콩국제사진페스티벌(H.K.Int'l Photo Fest)-한국 일본 현대사진전, 파오갤러리, 

2012           Mega Seoul 4 decade, 한미 사진 미술관, 서울

           Testing, Testing- 송은 소장품전, 송은 아트 큐브, 서울

           한국 사진 페스티벌, 킨텍스, 일산

2011           KT&G 상상마당 소장품전,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Another Voice, Next Door 갤러리, 서울

2010            2008 대구비엔날레 베스트 포트폴리오전, 대구 사진 비엔날레, 대구

           외 다수

 

레지던시 프로그램

2014            서울예술치유허브, 서울    

 

출판

2019           가족과 모성, 눈빛 출판사, 서울

2013           Translocating Women, 디웍스, 서울

2011           Twins, KT&G 상상마당, 서울

  

수상

2016            움직이는 책 LTP 프로젝트 오늘은 아트데이 공연, 문체부 장관상

                 내 책을 만들고 싶어요 LTP 프로젝트 자유학기제 최고 프로그램상

2014            탐험가의 여행담 LTP 프로젝트, 성남시 표창

2010            최종작가 KT&G 상상마당 한국 사진가 지원프로그램(SKOPF)

2009            송은 미술대상 우수상

2006            강원 다큐멘타리 작가상

 

작품소장

2012            국립현대미술관

2010            KT&G 상상마당

2009            송은 문화재단

2008            경기도 미술관

           국립 현대미술관 미술은행

2002            Joy of Giving Something (NY,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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