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민재민 - 까미노 블루 展

[전시안내] 민재민 - 까미노 블루 展

* 장소 : 류가헌 (02)720-2010

* 기간 : 2020512() ~ 24()

* 오프닝 : 512() 오후 6

 

 

 

민재민 _ 까미노 블루 _ Archival Pigment Print _ 2018

 

 

내 안에 들인 길, 길들인길에 대한 그리움

- 민재민 사진전 <까미노 블루>, 512일부터 류가헌에서

 

길들이다라는 말은, 밖에 있는 길을 안으로 들여놓는다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까미노 Camino ’를 다녀온 사람들은 그 길을 자기 안에 들인다. 걷는 동안 오래된 길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길들여지는것이다. 그렇게 자신 안에 들여진 길은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잊히지 않고 하나의 그리움이 된다. ‘까미노 블루 Camino Blue’가 된다.

 

까미노로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접경지역에서부터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향하는 약 800km에 달하는 이 길은, 시작된 역사가 천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걷기를 희망하는 길이 되었다.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사진가 민재민은 20189, 250km에 이르는 까미노 일부 구간을 찬찬히 오래 걸었다.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았고, 걸으며 침묵하며 생각을 덜어냈다. 푸른 하늘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구릉과 지평선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걷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새벽에 출발하는 순간부터 손에 든 카메라를 노을이 질 때까지 놓지 않았고, 붙잡고 싶은 순간이면 셔터를 눌렀다. 그럴 때마다 어떤 기억(Memory)들을 지우려 온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이 저장(Memory)되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랬다. 어쩌면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나면 '까미노 블루'를 앓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평선과 맞닿아 끝없이 펼쳐지는 까미노의 파란 하늘을 이르는 가 싶지만, ‘블루(Blue)’가 영어권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나타내는 형용사로도 쓰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돌아온 이후 오래도록, 까미노 길이 그립고 다시 가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럴 때면 강원도 바우길과 제주 올레길 등 길들을 찾아서 또 걸었다. 그렇게 여러 길들을 또 자신 안에 들이는 동안 서서히 까미노 블루가 가라앉고, 두 다리만큼이나 마음도 단단해졌다. 이제는 당시의 기억들을 어떤 고백과도 같이, <까미노 블루>라는 이름의 전시와 책으로 내보일 수도 있게 되었다.

 

의 여러 풍경들을 중심으로 한 <까미노 블루>는 아직 까미노를 모르는 사람, 언젠가는 까미노를 걷겠노라 마음 안에 그 길을 들인 사람, 이미 다녀와 길들여진 사람 모두에게 까미노의 여정 안에 드는 선물 같은 전시가 될 것이다.

 

민재민 사진전 <까미노 블루>512일부터 2주간 류가헌 2관에서 열린다. 문의 : 720-2010

 

 

 

작가노트 - 까미노 블루

그 해 여름이었다. 몹시 더웠다. 따가운 태양 아래서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 까미노를 걷자! 그럼 다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무작정 떠났다. 남들은 오랫동안 준비해서 떠난다고 하는데, 겁도 계획도 없이... 그로부터 한 달 후인 9, 나는 까미노 길 위에 있었다.

와이셔츠를 입고 배낭을 멨다. 평소에 입던 여러 색상의 와이셔츠를 10장 넘게 가져가, 매일 하나씩 입고 버렸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지만, 와이셔츠 차림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보이지 않았다.

독일에서 온 여성을 만났고, 자전거 타는 브라질 남자들을 만났다. 스페인 사람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고, 과일을 나눠먹고 "부엔 까미노~"를 외치며 친구가 되었다.

14일간의 일정으로 중간에 코스를 건너뛰며 250km를 걸었다. ‘프랑스 길을 다 걸을 수 있는 40여 일 간의 휴가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생장을 출발하여 8일간 걷고, 스페인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 5일을 더 걸었다. 그 다음 날, 마지막 목적지인 피니스테레에서 안개가 걷히기 전에 아침을 맞았다. ‘땅끝 마을이라 불리는 피니스테레에 닿을 수 있어 행복했다. 신고 걸었던 등산화를 그곳에서 버렸다. 과거와 그렇게 이별했다.

매일 까미노를 출발하면 손에 든 카메라를 노을이 질 때까지 놓지 않았다.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았다. 침묵하며 생각을 덜어냈다. 푸른 하늘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구릉과 지평선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걷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뷰파인더에 들어온 빛도 아름다웠다. 길 위에 남작 엎드려 소총수처럼 엎드려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메모리에는 또 다른 길이 저장되었다. 아이러니하다. 버리고 비우러 와서 왜 자꾸 메모리에 담고 있는 거지?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도 실증하고 있는 건가? 버리면 다시 담고, 비우면 또 채우고... 걸으면서 찾는다. 나를...

누군가가 그랬다. 어쩌면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나면 '까미노 블루'를 앓게 될지도 모른다고...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파랑인 블루(Blue)’가 영어권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나타내는 형용사로도 쓰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는 가을이 깊어있었다. 연말을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리웠다. 너무도 그립고 다시 가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직 걷고, 마시고, 사진을 찍고.. 종일 걸은 후, 기분 좋은 뻐근한 만족감에 상념없이 눕자마자 잠드는 밤. 거기만 갔다 오면 모든 게 치유될 줄 알았는데... '내가 까미노 블루를 겪고 있구나!' 라고 인정할 때까지는 2~3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다행히 계절이 거듭 바뀌면서 내 안에 안착하려던 '까미노 블루'는 차츰 사그라졌다. 강원도 바우길과 제주 올레길을 걸은 것이 중화제가 되었다. 마음 한 구석에 잔여물이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면은 점점 견고해졌고, 그것이 솔직한 고백과도 같은 <까미노 블루>의 전시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시와 책 발간은 내 인생의 이정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전시에 용기를 주신 최연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까미노 블루를 다시 겪을지라도 그 길을 그리워하며, 힘들거나 무엇인가에 고통스러워지면 무작정 걷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현실의 문제들이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까미노를 떠났지만, 지금까지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는 아직 까미노 길 위에 있다.

 

 

 

민재민

199012()한국비디오작가협의회 회원

19917MBC전국시청자영상촬영대회 동상 수상

20168월 한국경제신문 여행작가아카데미 여행작가> 과정 수료

201911월 여행작가 NAMU <마음이 머문 여행으로 순간들> 단체전, 갤러리 허브(서울)

201911<마음이 머문 여행으로 순간들> 사진에세이 공저(도서출판 아지트)

20201월 중앙대학교 평생교육원(서울) 사진세미나 과정 수료

20205<까미노 블루> 개인전, 류가헌(서울)

 

 

 

 

 

민재민 _ 까미노 블루 _ Archival Pigment Print _ 2018

 

 

 

민재민 _ 까미노 블루 _ Archival Pigment Print _ 2018

 

 

 

민재민 _ 까미노 블루 _ Archival Pigment Print _ 2018

 

 

 

민재민 _ 까미노 블루 _ Archival Pigment Print _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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