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45

물싸리 |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꽃들, 나무들.

 


오늘은 하루에 사진을 두 장이나 찍었다.
그러니 술 한 잔 안 할 수가 있겠는가.
십년지기 류궈차이 동무도 덩달아 신나서
나에게 배운 김치찌개를 한냄비 끓였다.
중국사람이 끓인 한국식 김치찌개가 고맙고
너무 맛있어 고향생각하며 또 한 잔 했다.


새벽 두 시쯤 차로 장백현을 출발해서
압록강을 거슬러 천지로 오르는데,
강변 물안개가 고산화원으로 넘쳐난다.
이제 마악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고원의
나무들을 감싸고 흐르는 깊이 모를 안개들.
삼각대도 못 펴고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수없이 많은
보석들로 장식된 물싸리꽃을 찍을 수 있게
안개가 걷히면서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하루에 사진을 두 장이나 찍어 신나는 날.
그래서 독한 중국술 두 근쯤 마시고 중국 노래도 한 가락 뽑고
아주 기분좋게, 알딸딸하게 취해 버렸다.
그래도 마음은 잠시라도 풀어헤치면 안 된다.
내일 새벽 두시에는 또 산에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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