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김승곤의 사진읽기 - 훅 불면 사라져버릴 듯한…

ⓒ 채희술

 

 

파랗게 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태양광이 온 누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걸어오는 사람들의 그림자로 보아서 오후 두세 시쯤 되었을까요? 저 멀리서 하늘과 땅을 가른 푸른색 띠처럼 생긴 부분이 바다인지 아니면 길다란 섬인지 도대체 구별이 안 됩니다. 넓은 공간에는 하늘과 땅과 열댓 명의 사람들만이 있을 뿐 어디를 둘러보아도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마치 꿈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빠지고 맙니다.

 

진짜 사람들이 맞는가요? 관광 팜프렛에 인쇄된 사진을 오려서 형광색이 나는 창백한 종이 위에 붙여 놓은 듯한 크고 작은 사람들은 입으로 ‘훅’하고 불면 순식간에 어디론가 전부 날아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현실임에는 분명하지만, 마치 백일몽의 한 장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실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더 그렇습니다.

 

터키의 투즈라는 관광지라고 합니다. 광활한 모래사장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소금 밭이고요. 여름철에 극도로 염도가 높은 호수의 물이 마르면 이처럼 광대한 면적의 소금 밭으로 변한답니다. 투명한 대기와 광각렌즈 특유의 과장된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광경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눈에는 관광객들이 마치 몽유병자들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 떠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사진입니다.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