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김승곤의 사진읽기 - 이상한 바다풍경

ⓒ 허준평

 

사춘기 소년이 아닐지라도, 훌쩍 자리를 차고 일어나서 어딘가 바다로 가서 한산한 어촌의 소금기 도는 바람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파랗게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라도 있다면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여기 그런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아쉽게도화면 위쪽의 견고한 철골 구조물과 거기 메어서 아래로 무겁게 늘어뜨려진 두꺼운 천으로 끈이폭력적으로 사진에 개입하고 있군요. 보통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이런 이물질은 아예 화면에 넣지 않습니다-. 눈에 거슬리는 것을 도저히 피할 없는 경우에는 찍고 나서 나중에 포토숍으로 지우거나 색깔을 바꿔서 거짓말 사진을 만들기도 하지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던 것은 그림엽서 같은 바다였는데요. 이처럼 눈에 거슬리는 바다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웬지 모르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까요? 어쩌면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냥 찍거나, 아니면 어디선가 풍경을 흉내를 내서 찍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로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어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보세요. 사진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빚어내는 적당한 긴장감색채와 형태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심리적인 콘트라스트, 구도의 안정감과 색채의 조화…,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일종의 비현실적인 느낌 같은 말입니다.

 

상징적인 소설이나 . 초현실적인 그림에서 자주 쓰이던 데페이스망(depaysement)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떼어내어 엉뚱한 다른 자리에 옮겨놓는 , 그렇게 해서 합리적인 의식을 초월한 세계를 출현시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다운’(로트레아몽) 정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에서 안정과 조화를 느꼈다면 그것은 아마 화면구도 때문일 겁니다. 화면이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고, 철골과 하늘과 방파제 아래쪽의 바다, 이렇게 덩어리로 크게 나뉘어 있지요. 전형적인 3분할 법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과 단단해 보이는 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볼수록 궁금해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 김승곤(사진평론가, SPC사진클럽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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