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24

천사의 붕어빵 !

· 사진, 글 : 김문경

 

 

오늘 아침,
종달새는 어제 장모님 모시고

시골로 내려갔고
홀로 눈을 떠보니
아침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10분 거리의 트럭카페 502로 가기로 했다.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로
Breackfast - 아침을 하고 사진도 찍고
일타 양박작전을 할려고 했는데
내 몸의 일부분인 카메라
'앙꼬'에 해당하는 칩을
SPC 간부 심유미씨가
나의 사진을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져가 버렸다.
사실 내 몸의 일부분이란 말은
교수진들이 강조한 이야기이지
나에게는 아직도 외계인의 장난감이다.


그렇다면, 도랑치고 가재잡는 것은 포기하고
샌드위치와 커피만 간단히 즐기다가 오기로 했다.
하기야, 브랙파스트, break-fast, 라는 단어도 ,
달걀깨듯이 깨고, 또 빠르게, 때우라는 뜻의
합성어라고 하니
종달새도 없는 마당에
설거지 할 필요도 없고 안성맞춤이였다.


난, 강가에 도착하자 창문을 반쯤 열고
미국 L/A 에 살았다는 트럭까페 아저씨에게,
"헬로, 마이 프렌드!
아메리카노 와 샌드위치 캄온 플리스"
하며 창문을 1/3만 열었다.
단풍물도 아닌데 미국물들 쪼께 물 들었다고
서툰 잉글리쉬끼리
엄청시리 추운 팔당호수 바라보며
아침부터 애들처럼 놀고 있었다.


"회장님, 이리 캄온 오셔요!"
"노, 노! 아이앰 콜드랑께. 여그 캄 오케이."

 

 

 

 

 

밖은 영하 7도 였다.
푸드트럭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강가를 바라보니
햇볕을 밭은 강물에 철새 한 마리가
블랙파스트를 스스로 준비하는지
강물로 드갔다 나왔다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평화로워 보이는 강물에
잔잔한 물살을 일으키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내 손엔 카메라가 없었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상상의 사각형속에
기하학적 구성을 생각하며
단 한장의 사진을 카메라없이 찍어 두었다.


"그대여 ! 보이는가 내 마음속의 상상이..."


잠시 후, 겨울의 찻집이 아니라 차속에서
갓구운 샌드위치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스마트폰에서 불루투스로 연결한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도 참 좋았다.
마릴린 먼로가 직접 부른 노래
" 돌아오지 않는 강 " 을 다시 들어 보니
강풍경과 참 잘 어울렸다.
혼자 기분을 내며
강 풍경과 환상적인 아침 풍경에 빠져 있는데
트럭카페 이 대표가 차문을 똑똑 노크하며
따뜻하고 예쁜 붕어빵 한 개를
서비스로 드시라고 건내주는 것이 아닌가.


" 불경기에 왠 써비스 ? ! "

 


공짜를 좋아하다 머리털이 빠지긴 했지만
그냥 넙죽 받아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
그래도 SPC 멤버스 클럽인데...
추워도 할 수 없이 차문을 열고 나가
성의가 괴심하여
오백원만 디씨 하며 사양하는 그에게
천원짜리 두 장을 주고 억지로 쥐어주었다.

 

 

 

 


그런데,
앙꼬가 맛있게 들어간 붕어빵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난, 천국의 맛이 어떤지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이 맛과는 쨉이 않될것 같았다.
붕어빵 이름을 예쁘게 지어줄까 ?
너무 맛있어서 하늘의 천사도 왔다 갔다며
" 천사의 붕어빵 - Angel's Carp " 라고...


그런데,
드라마틱한 순간에 붕어빵을 찍을 수가 없었다.
붕어빵에는 '앙꼬' 가 있는데
카메라에는 앙꼬가 없었던 것이다.
임원장이 스마트폰으로 찍는
촐랑대는 습관을 버리고
아무리 무거워도
무거운 캐논으로 찍으라고 하셨기 때문에
난 그 순간 망설이는 햄릿처럼,
"찍을 것인가, 말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의 순간이 다가오고 말았다.
그 순간 벌써 붕어빵의 반은
입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붕어빵의 최후를 찍자!"

 

 

 

 

 

 


난, SPC 측의 허락도 받지않고
스마트폰으로 태양의 강한 불빛을
커피잔과 붕어빵 포장지로 가리며
붕어빵의 사라져가는
최후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나의 몸속으로 들어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사라져 버릴 예쁜 붕어빵을...


꽃이나 붕어빵이나 둘 다 피고 지고,
먹고, 사라지는 것들 아닌가 ?
곧 사라져 버릴 영혼의 한 순간,
붕어빵의 최후의 순간을 찍는 것이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같은 발을 담글 수 없는 것처럼
똑같은 붕어빵을 두 번 먹을 수는 없다.

 


[ 당신 꽃을 먹을 거야? 붕어빵을 먹을 거야?
붕어빵을 먹는다고...? 좋았어, 사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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