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일기쓰기 #21

희망과 기쁨이란 이름을 가진 두마리 개.

· 사진, 글 : 김문경

 

 

친구와 '희망'과 기쁨'이란 이름을 가진

진도견 두마리를 데리고

검단산 치마바위에 올랐지요 .

얘들은 세상에서 아웅다웅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던 관심없는 백구 두 마리였죠.

 

 

인연맺은 주인을 따라

이러저리 자유롭게 산을 오르는 개들의 모습이

사람보다 휠씬 자유롭고 활기가 넘쳐 보였습니다.

꽈뜨로가, 두 발보다 얼음판이나 언덕길 또는

비포장 도로에서는 강자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였습니다.

 

 

천호 현대백화점이 서울 백화점 중

구두가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가

가난한 이륜구동 11호ㅡ뚜벅이들이

가장 많이 산다고 하는

썰렁한 이야기가 생각나 혼자 웃었답니다.

 

 

아무렴 어때요 !?
세발로 달리는 차는 좀 문제가 있지만

두다리가 튼튼한 넘이 최고지요. 

 

 

태어난지 일년도 안 된 개들은

우리처럼 등산화는 없어도

부산스럽게 낙엽밟는 소리를 내며

정상을 향해 자유롭게 올라갔습니다.
사람 둘과 개 두 마리의 숨소리가

서로 섞이는 소리가

온 산에 가득한 것처럼 들렸어요.

 

 

 

 

사귄지 얼마 안 되는 친구는

얼마전에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아내를 낫게 하려고 개의 이름들을

'희망과 기쁨' 으로 지은 것은 알았지만
마음 아픈 사연은 묻지 않았습니다. 

 

 

'희망과 기쁨'이란 이름으로

어린 진도견 두 마리를 키우면

개들도 이름 처럼 쑥쑥 자라고

아내의 병도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병이 다 낳으면 함께 행복을 누리려고,

희망과 기쁨, 이란 커플을 만들었겠죠.

아마, 그랬을 거예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상상을 하며
희망과 기쁨이에게

마지막 남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죠.

바로, 코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잖아요
때때로 하느님은 우리의 바과는 달리

하늘의 법칙대로 이 세상을 다스릴 뿐

인간의 기도를 외면하는 것을 여러번 겪었기에,

마음은 아팠지만, 모르는 척하고 산을 올랐습니다. 

 

 

난 친구가 아픈 아내를 돌보며

개들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져온 모카 바게트빵을 개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친구의 간절한 희망과 기쁨은

떨어지는 꽃잎처럼 바람에 날아 갔지만,

어디엔가 희망과 기쁨이 숨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개들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함께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데

도종환의 詩가 떠 올랐습니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낙엽이 푹푹 빠지는 길을 말없이 걸어가니
사각 사각 거리는 낙옆소리와

쌕쌕 거리는 개 소리만 들려 왔습니다.

한참을 오른 후 조망이 탁 트인 '치마바위' 에 앉아

직접 끓여온 아라비카 커피에 앙꼬빵을 곁들여

친구와 함께 먹는 것은 별미였습니다.

 

 

흰 구름이 우리들을 보고

잠시 머무르다 가곤 했어요.

푸른 하늘이 하얀 구름 사탕을

몇 개 던져주고 싶었는지 웃고 있었고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은

슬픔까지도 기쁨으로 바꾸는 묘법을 알고 있나봐요.

물론 '기쁨과 희망' 에게도

먹던 빵을 한 조각씩 나누어 주었지요.

빵을 찢어서 주니 손가락까지 핥아주었습니다.
지금도, 간질간질하고 끈적거렸던

촉감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기억이란 인상적인 것만

메모리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감각적인 접촉에서 오는 기억은

유별나게 잘 기억하잖아요 ?
첫 사랑의 입맞춤처럼...

 

 

 

 

 

난 치마바위 위에서 서울하늘을 바라보는

친구와 개들과 풍경이 좋아

뒤에서 셔터를 눌러 보았습니다.

앞에서 찍으면 잘 찍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과

찍히는 사람도 카메라를 의식하여 포즈가 굳어지므로

자연스런 뒷모습을 잡고 싶었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사람의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고 말했거던요.

 

 

흰 구름 휘졌는 듯한 꼬리가 참 멋있게 보였고

친구의 뒤에 있는 '희망'이가 든든하게 보였습니다.
기쁨이는 뒤에서 기분이 좋아서

흰꼬리를 부지런히 돌리고 있었습니다.

 

 

개들과 함께 발아래 놓여있는

개같은 세상을 바라보는

친구의 모습도 자랑스러웠지만

푸른 하늘, 흐르는물,

솔가지에 입맞추는 바람도 좋았습니다.

친구는 앞으로 펼쳐질

삶의 희망을 바라보는것 같았고

개의 뒷모습은 마치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프란다스의 개> 처럼 보였답니다.

 

 

좋은 인연으로, 참 멋진 풍경 속에

우리 모두가 함께 있었습니다.

친구 마음에도 새로운 희망과 기쁨이

두 마리의 개와 함께 다시 자랐으면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푸른 하늘을 조용히 올려다 보며

속으로 하늘님께 대들었습니다.

 

 

 

 

"말 해보세요!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 보내고,

남아 있는 것이 모두 다 우리들의 책임인지...?"

 

"......"

 

난, 대답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물어 보았을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응답을 피하시는

아버지 하늘님 !

 

 

"차라리, 어머니 하늘님"

이라고 부르면 좀 나아질려나 ?

그렇게 되면 하늘과 땅이

뒤집혀서 서로 사랑을 하고,

그렇게 되면 지구의 중력을 무시하고

비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데

뭔가 재미있을것 같지만

아무리 여성 상위시대라고 하지만
대지의 어머니가

하늘의 아버지를 올라 타는 것은

뭐가 좀 잘못 된 것 아닐까요 ?

 

 

" 뭐라고요 ? 크게 말하세요 ! "

 

" 요즈음은 교대근무 한다구 ... "

 

" 아이구 말세다 말세 ! "

 

" 세상도, 나라도, 집안도, 거꾸로
돌아가니 잘 못 돌아가는 것만 같다."

 

 

난, 결정적인 순간에 엉뚱한 생각을 하는

프랑스의 <까뮈 >, 불어로 까만넘, 과 같다고 할까 ?

아무턴 결정적인 순간에 만화같은 생각을 한다.

 

 

" 내가 앞으로 너희들을 다시 만나

함께 이 산을 오른다는 약속은 못해 !

그러나, 오늘 서로 서로 이해하며

정답게 치마바위를 오르며

내가 찢어서 준 바게트 빵과

너희들이 나의 손가락을 핥아 준 것을 기억하거라.
그리고, 내 친구가 먼저간 아내에게

희망을 걸고 기쁨을 찾으려고 너희들을 키운 것처럼

이제 너희들이 홀로 있는 친구의 외로움을 달래줘 ! 알았지 ?"

라고 개들에게 강의를 했다.

 

 

개들이 서로 꼬리를 흔들며

서로 내가 주는 빵을 먹겠다고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내 말을 이해 한 것 보다는

내 손에 쥐어진 바게트 빵 때문이였다.

" 개새끼는 정말 개새끼 ! "

 

 

아무턴, 침묵하는 하늘 보다는

개들이 더욱 더 믿음직 스럽고 좋았다.

그후, 친구는 우리 마을을 떠나 갔으며

< 희망과 기쁨 >은 각각 다른 주인에게 맏겨졌다.

희망과 기쁨이 어찌 개들의 이름속에 있겠는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어느 날, 친구가 전화가 왔다.

햇빛이 잘들고 강릉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

조그만 집을 지어 살고 있다고 ...

소리가 밝았다.

 

 

1년도 안 되었는데

옆구리를 따뜻하게 하는

예쁜이 하나 얻었을까 ?

아무렴 어떠랴 !

 

 

희망 한 개를 거리에서 주었던지,

누구에게 선물 받았던지,

직접 백화점에서 구매했던지 희망은
누구에게나 모두 소중 한 것 아닌가 ?

 

 

지나간 과거는 이미 다시 둘아올 수 없는 것. 

우리는, 삶이 다 하는 그날까지,

그 어느 순간에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슬픔의 동반자는 절망 뿐이지만,

희망이 가는 곳에는

항상 삶의 어느 길목에서

목을 길게 빼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

 

 

" 그렇다면 당신의 희망은 무엇인가 ? "


" 나의 희망 ?! 

오른손에는 카메라를 왼손에는 노트를 들고
오른손과 왼손사이에 뜨거운 가슴을 놓고

내가 이 지구별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그 의미를 붙혀보는 것이다. "

 

" 그것이 희망 ? "

 

" 그렇다, 친구여 ! 그것이 나의 희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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