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0

쇠뜨기/무당벌레 |

격렬하다. 숫놈의 몸짓. 덕분에 암컷은 황홀하다.

 

 

사실은 나 고교시절 인기 대필작가였다.
전업은 아니지만 일감은 제법 있었다.
‘ 황강에서 북악까지’ 나 ‘ 호암자전’ 같은
권력에 짓눌려서, 돈에 팔려서 그 따위 글이나
써주는 밸도 없고 치사한 작가는 아니었다.

 

예배당에서 한번 본 여학생한테 홀랑 반해
상사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동무를 위하여,
제법 오래 된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 못해
몸살을 앓는 놈을 위해 연애편지를 대필해준다.
곰보빵 하나에 써주고 답장오면 짜장면이다.
탕수육이나 군만두는 먹을 줄도 몰랐던 시절.
그래도 대필작가 원고료는 제법 괜찮은 알바였다.

고등학교 때 태영이란 놈은 짜장면 잘 사주길래
일 년 이상 열심히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었는데.
나중에 탄로났을 때는 그들의 사랑이 깊어져
우리는 셋이 싫컷 웃고 말았다. 빼갈도 마셨다.
년놈들 대필작가 덕에 결혼까지 했는데
호주인가 어딘가로 이민 가서 소식도 없다.
은혜를 모르는 것들, 잘들 살고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 오면 내가 짜장면 곱배기 사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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