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7

너도바람꽃 | 중국 술, 중국 음식, 참 좋다. 중국 사람들 남자가 밥 한다.

하루 세 끼 남자가 다 한다.

 


우리 동네에서 서백두 들어가는 환치공로 황톳길을 따라가면
수만 송이 한계령풀이 떼를 이루어 피어날 때쯤
얕은 산 여기저기 산나물이 한창 싱그러울 때쯤
마른 가지에서 제철 산나물 뾰족이 돋아나올 때쯤
풀린 땅 밑에서 원추리순 키다툼질 할 때쯤
그럴 때는 잠시 모른 체 하고 한눈을 좀 팔아
사진하는 일조차 두번째로 미루어도 좋겠다.


먹음직스럽게 돋아나는 살찐 숫두릅.
툭툭 끊어 필름자루가 넘치도록 주워 담는다.
주머니마다 가득 채워 불룩한데 더 욕심이다.
이런날 욕심 없는 놈, 사람질도 못할 놈.
숫두릅 한 소쿠리 데쳐놓고 꼬량주 한 잔
사진하는 일, 세상 사는 일, 잠시 제쳐두고
봄밤은 짧으니 날샐 때까지 꼬량주 두 근, 세 근….


내일은 비 오세요. 하루종일 촉촉히 봄비 내리세요.
내일은 사진 안 찍고 하루종일 술이나 서너 근 마시게.
한 잔 하고 꽃얘기 하고, 또 한 잔 하고 산 얘기 하고,
또 한 잔하고 사진하는 얘기 더 하게. 하루종일 비 오세요.
꽃들도 힘차게 일어서게 고운비 내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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