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62

조선까치밥나무 | 평생 사진 밖에 모르다 죽은 자. 그놈의 오장칠보는 어떤가.

 


나 이제 죽는 날까지 백두산에 산다.
내 조국에 돌아가서는 삼각산을 찍으며 산다.
그러다 나 어느날 이 산에서 숨지면
중국 어떤 병원 학생들에게 주어라.
그러다 나 삼각산에서 행복하게 숨지면
거기 어디 가까운 병원에 주어라.


평생 사진 밖에 모르다 죽은 자.
그놈의 오장칠보는 어떤가 빙 둘러서서
들여다 보고 필요한 사람 있으면 떼어주고
나머지는 불태워 가루내어 삼각산 풀섶이나
백두산 너른 벌에 아무렇게나 날려다오.
비석이나 봉분에 짓눌리면 여기저기 신나게
내맘대로 날아다닐 수도 없을 터이니
그런 거 없이 그냥 바람따라 뿌려다오.


빨간 열매 두 알. 힘들여 만든 열매 두알.
어느 산까치의 먹이가 되는 날 기다리듯
나도 일 마치고 뜻있게 가는 날을 기다린다.


본인이 하늘의 부름을 받는 날.
빛의 전화로 연락주십시요. 1588-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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