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일의 우리동네 꽃동네 #59

분홍바늘꽃/표범나비 |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러 가보자.

 

 

 

분홍바늘꽃/산네발나비 | 훈구야,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러 한번 가보자.

 

 

평생을 산에서 살아온 지훈구 동무는
초모랑마 등반에 대장질까지 했었는데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 못 하고 헤맨다.
작년 봄엔가? 함께 도봉산엘 갔었는데
나 사진 찍는 거 도운다고 함께 갔었는데
하얀색 꽃이 흐드러지게 붙은 조팝나무를 보고
“형, 저 싸리꽃은 안 찍어요?”


조팝나무 꽃도 싸리꽃도 모르면서
뭐땀시 산에는 수십 년씩 다녔다냐?
봄이 왔다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주는
그 이쁜 꽃들에게 이름 한번 안 물어보고
어따가 한눈 팔고 뭐하러 산엘 다녔다냐?


산에 목숨 걸어야 잘났는 줄 알고
풀, 나무, 바람들도 사랑할 줄 모르고
암벽으로, 빙벽으로, 정신 팔고 다닌 세월.
이제는 접어두고 나랑 고산화원에 가보자.
분홍바늘꽃과 표범나비, 산네발나비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위대한지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러 가보자.


같은 고령산악회 회원이면서 사십여 년을
나만 좋은 데 다녀서 미안하다. 훈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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